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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기타국가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88984373761
· 쪽수 : 728쪽
· 출판일 : 2019-08-12
책 소개
목차
1994년 7월 30일에 발생한 살인사건에 대하여
제1부 심연에서
7장 여기자 실종
6장 살해된 여기자
5장 다크나이트[Dark Night)
제2부 수면을 향해
4장 비밀들
3장 오디션
2장 리허설
1장 디에스 이레 : 분노의 날
0장 개막공연
제3부 상승
1장 나타샤
2장 비탄
3장 교환
4장 스테파니 메일러의 실종
주요등장인물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스테파니는 어깨를 추어올리고 나서 가보겠다는 뜻으로 돌아섰다. 몇 걸음 옮겨놓던 그녀가 다시 몸을 돌려 다가왔다.
“해답은 눈앞에 있었어요. 단지 반장님이 보지 못했을 뿐이죠.”
나는 이제 당혹스러운 한편 짜증이 났다.
“무슨 뜻이죠?”
스테파니가 내 눈높이까지 손을 들어 올리더니 손가락을 펼쳤다.
“뭐가 보이세요?”
“손이 보이네요.”
“저는 손가락을 보여드렸는데요. 반장님은 눈에 보이는 그대로 본 게 아니라 보고 싶어 하는 것만 본 겁니다. 그 결과 중대한 오류를 범하게 되었죠.”
스테파니는 수수께끼 같은 말과 함께 명함 한 장, 신문기사 사본만 남겨두고 떠났다.
음식을 차려놓은 테이블 근처에 있는 데렉 스콧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예전에는 나와 함께 현장을 누비던 형사였는데 지금은 행정직으로 옮겨 내근을 하고 있었다.
나는 데렉에게 다가가 신문기사를 내밀었다. 데렉은 기사를 통해 20년 전 우리가 맡아 해결했던 사건을 다시 접하게 되어 감회가 새로운 듯했다.
“자네 옆에서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누던 여자가 가져온 기사야?”
“신문기자인데, 우리가 그 당시 잘못된 수사 결론을 내렸다고 주장하더군.”
“말도 안 돼.”
데렉이 사레들린 소리를 냈다.
“그 여자가 말하길 해답이 바로 눈앞에 있었는데 우리가 보지 못했다는 거야.”
스테파니가 주차장에 세워둔 차에 오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가 나를 향해 손을 흔들며 소리쳤다.
“또 만나요, 로젠버그 반장님.”
하지만 우리가 ‘또 만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바로 그날 스테파니 메일러는 실종되었으니까.
나는 현관 계단에 신발을 문질러 흙을 털어내고 나서 집안으로 들어갔다. 누군가 출입문을 발로 세게 걷어찬 듯 부서져있었다. 정면으로 보이는 복도에 한 여자가 총에 난사당해 쓰러져 있었다. 여자의 시신 옆에 반쯤 짐을 넣은 여행용캐리어가 있었고, 내용물이 다 보이도록 열려 있었다. 복도 오른편 작은 거실에 열 살쯤으로 보이는 남자아이가 총을 여러 발 맞고 숨져있었다. 아이가 커튼을 움켜쥐고 쓰러져 있는 것으로 보아 범인을 피해 몸을 숨기려다가 변을 당한 듯했다. 주방에는 사십대로 보이는 남자가 피 웅덩이를 이룬 가운데 쓰러져 있었다. 범인을 피해 달아나다가 그 지점에서 쓰러진 것으로 추정되었다.
피비린내와 더불어 집안에 가득 들어찬 시신 냄새를 견디기 어려웠다. 제스와 나는 달음박질치듯 집밖으로 나왔다. 우리는 방금 목격한 참혹한 장면에 충격을 금할 수 없었고, 둘 다 얼굴이 납빛이 되었다. 차고로 내려가 고든 시장의 차를 점검했다. 차 트렁크에도 여행캐리어와 짐들이 실려 있었다. 고든 시장이 가족들과 어디론가 떠나려다가 살해된 게 분명했다.
검은색 밴을 목격했던 레나 벨라미 덕분에 수사는 획기적인 전환점을 맞게 되었다. 4인 살인사건이 일어난 지 열흘이 되던 날 레나는 남편과 함께 시내중심가로 저녁식사를 하러 나왔다. 그녀는 집 주변에서 끔찍한 살인사건이 벌어진 이후 겁이 나 바깥출입을 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줄곧 집안에서 지냈다. 아이들을 집 맞은편에 있는 공원 놀이터에 보내기조차 꺼림칙했다.
테렌스는 몇 번이나 레나의 기분을 바꿔주려고 애쓴 끝에 마침내 함께 외출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그들은 연극제 개막에 맞춰 문을 연 <카페아테나>로 향했다. 그 식당은 벌써부터 입소문이 자자한 핫플레이스가 되어 자리를 예약하기 쉽지 않았다.
테렌스는 마리나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감미로운 저녁 공기를 음미하며 <카페아테나>까지 산책하듯 걸었다. 식당의 멋진 외관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사방에 촛불을 밝힌 테라스에는 아름다운 꽃들이 만발해 있었다. 식당 전면이 온통 유리로 되어 있었고, 올빼미 모습을 형상화한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식당 전면을 바라보던 레나가 별안간 소스라치며 몸을 떨었다.
레나가 남편에게 말했다.
“저 그림이야!”
“무슨 그림?”
“검은색 밴 뒤창에 붙어있던 그림이 바로 저 올빼미 형상이었어.”
벨라미 부부는 곧장 우리에게 연락했고, 제스와 나는 전속력으로 오르피아를 향해 달려갔다. 벨라미 부부가 마리나 주차장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문제의 검은색 밴이 <카페아테나> 앞에 주차되어 있었다. 식당 유리창 그림과 밴의 뒤창 그림이 의심의 여지없이 일치했다. 벨라미 부부는 어깨가 떡 벌어진 남자가 밴을 세우고 식당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걸 보았다고 했다. 차량번호를 조회한 결과 밴의 주인은 <카페아테나>의 주인인 테드 테넨바움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