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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84374232
· 쪽수 : 448쪽
책 소개
목차
A면 : 1988년 1월 / 10p
B면 : 1988년 2월 / 164p
C면 : 1988년 봄 / 280p
D면 : 2009년 / 363p
감사의 말 / 442p
옮긴이의 말 / 444p
리뷰
책속에서
음악이 흐르고, 색색의 등불이 왈츠를 추는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음반을 찾느라 분주하게 가게를 오갔다. 가게 주인인 프랭크는 클래식, 록, 재즈, 블루스, 헤비메탈, 펑크에 이르기까지 어느 한 가지도 소홀하게 다루는 장르가 없었다. 손님들이 정확한 곡명을 몰라도 분위기를 이야기해 주면 프랭크가 기가 막히게 마음에 드는 음반을 찾아내 주었다. 손님들 가운데 더러는 자신이 듣고자 하는 음악이 뭔지 아예 모르는 사람도 있었는데 그런 경우에도 어김없이 마음에 드는 음반을 소개해 주었다.
그럴 때마다 음반을 손에 든 프랭크가 부스스한 갈색 머리를 손으로 쓸어 넘기며 말했다. “이 음반을 들어보세요. 아마 느낌이 팍 올 거예요.”
거기에 음반 가게가 있었다.
“아, 젠장! 어떤 청년이 가게에 들어오더니 시디를 찾아달라는 거예요. 시디는 취급하지 않는다고 했더니 엘피판도 괜찮대요. 사장님과 제가 청년이 말한 엘피판을 찾고 있는 사이 다른 음반을 훔쳐 달아났지 뭐예요.”
키트는 툭하면 ‘아, 젠장!’이라는 말을 썼다.
모드가 물었다. “어떤 음반을 훔쳐 달아난 거야?”
“제네시스의 《인비저블 터치(Invisible Touch)》.”
“놈을 잡았어?”
“아, 젠장! 사장님이 뒤따라가 잡긴 했는데 그냥 돌려보냈어요.”
키트의 말대로 프랭크는 급히 청년을 뒤따라가 버스 정류장 근처에서 잡았다.
프랭크가 숨을 헐떡이며 청년에게 말했다. “자네가 제네시스 음반을 가져가는 건 괜찮아. 다만 자네는 음반을 잘못 골랐어. 제네시스는 초창기에 나온 음반들이 훨씬 좋으니까. 나와 함께 가게로 돌아가 멘델스존의 〈핑갈의 동굴〉을 들어보겠나? 제네시스를 좋아한다면 멘델스존도 분명 마음에 들 거야.”
베토벤? 베토벤은 지나치게 경건하고 웅장했다. 자칫 음악에 압도 당할 수 있었다. 지금 그에게는 친구처럼 다정한 음악이 적당해 보였다. 노를 저어 집으로 데려다줄 뗏목 같은 음악…….
피아노? 금관악기? 아니면 보컬? 강렬하고 열정적인 음악? 어쩌면 섬세하면서도 단순해 속이 투명하게 들여다보이는 음악이 좋을 수도 있었다.
바로 그거야.
프랭크는 마침내 중년 남자에게 권할 음악이 뭔지 떠올랐고, 카운터 뒤로 걸어가 음반을 꺼내들었다. 프랭크가 턴테이블로 걸어가며 “이 음반의 B면 다섯 번째 곡이 마음에 들 겁니다. 바로 손님이 찾던 곡이니까요.”라고 하자 중년 남자가 한숨을 푹 쉬었다. 한숨 소리가 어찌나 큰지 마치 흐느낌 소리 같았다.
“아레사 프랭클린?”
“아레사 프랭클린이 부른 <오 노 낫 마이 베이비(Oh No Not My Baby ‘아, 아니야, 내 애인은 안 그래’라는 뜻 : 옮긴이)>라는 노래인데 들어보시면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될 겁니다.”
“내가 분명 쇼팽만 원한다고 했잖아요. 난 팝송은 안 들어요.”
“아레사 프랭클린의 음악은 팝이 아니라 소울입니다. 들어보면 아시겠지만 아레사 프랭클린은 항상 옳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