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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프랑스소설
· ISBN : 9788984374812
· 쪽수 : 476쪽
· 출판일 : 2024-05-27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_9
1부 우연한 만남_12
2부 평행선_120
3부 겉보기_176
4부 갈 곳 없는 여자_289
5부 잘못된 선택_341
6부 경계를 넘어서_412
감사의 말_471
옮긴이의 말_472
리뷰
책속에서
케이트가 세상을 떠난 지 어느새 일 년이 지났어!
2010년 12월 24일, 그날 이후 매튜의 삶은 고통과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처음 세 달 동안은 너무나 끔찍하게 괴로워 잠시도 휴식을 취할 수 없었다. 마치 독사에게 물리기라도 한 것처럼 생생한 상처가 몸 안에 남아 있던 마지막 생명의 기운을 남김없이 빨아들이는 듯했다.
고통스런 삶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몇 번이나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고 싶은 유혹에 시달렸다. 창문을 열고 뛰어내릴까? 목을 맬까? 수면제를 복용할까? 머리에 총을 쏠까?
자살 충동에 시달릴 때마다 에밀리가 떠올랐고, 딸에게 더는 몹쓸 짓을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극단적인 행동을 자제시켜주었다. 엄마를 잃은 에밀리에게 아빠마저 앗아간다는 건 너무나 가혹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처음 몇 주 동안에는 분노의 감정에서 헤어나지 못했고, 그 후로는 줄곧 기나긴 슬픔의 터널 속에서 헤맸다. 삶이 그대로 멈춰버린 듯했다. 기나긴 절망감 속에서 마음은 꽁꽁 얼어붙었고, 허구한 날 피로와 권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생에 대한 열정을 상실한 결과 무력감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시도조차 해보지 못한 그는 패배를 선언하고 아예 마음의 빗장을 잠가버렸다. 아내의 부재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고, 더는 미래에 대한 꿈을 꿀 수도 없었다.
엠마가 한 손으로 상표를 가리고 손님들에게 일일이 와인을 따라주고는 그들이 방금 마신 와인의 이름을 알아맞힐 수 있도록 힌트를 주었다.
“자, 이제 정답을 말하겠습니다. 여러분이 방금 전 시음한 와인은 모르공입니다. 꼬뜨 뒤피산으로 보졸레에 속하죠. 입 안에서 맛이 오래 남고 여러 음식과도 궁합이 잘 맞기로 유명한 와인이죠. 팽팽하게 긴장된 느낌과 함께 깊고 진한 풍미를 지니고 있는 게 특징입니다. 딸기와 버찌 향이 혼합되어있어 특히 돼지족 같은 서민적인 식감의 요리와 환상적인 궁합을 이루는 와인이죠.”
매주 한 번씩 바에서 와인 시음회를 열자고 제안한 사람이 바로 엠마였다. 회를 거듭할수록 입소문을 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와인 시음회의 콘셉트는 간단했다. 엠마가 네 가지 와인을 정하면 조나단 랑프뢰르 주방장이 각각의 와인에 어울리는 음식을 조리해 손님들에게 선보였다. 시음회는 약 한 시간가량 진행되었고, 그때마다 손님들에게 와인의 이름과 산지를 알아맞히는 퀴즈를 진행했다. 놀이를 즐기듯 가볍게 와인 세계로 입문을 바라는 취지에서였다.
엠마는 카운터 뒤로 가 종업원들에게 마지막 음식을 가져오라는 신호를 보냈다. 음식을 준비하는 동안 엠마는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휴대폰에 눈길을 주었다.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는지 휴대폰의 액정화면이 깜박거리는 중이었다. 재빨리 메시지 내용을 확인한 엠마는 잠시 공황 상태에 빠져들었다.
이번 주 내내 뉴욕에 머물 거야.
오늘 밤, 저녁이나 같이 먹을까?
당신이 보고 싶어.
프랑수아
맛없는 냉동 피자는 드시지 마세요. 그 대신 제가 한 가지 괜찮은 제안을 하죠. 혹시 <젤리그 푸드>라고, 찰스 스트리트에서 가장 규모가 큰 식료품점을 아세요? 치즈와 돼지고기 가공식품 코너가 특히 일품인 식료품점이죠.
제대로 맛있는 저녁을 드시고 싶으면 지금이라도 <젤리그 푸드>로 가세요.
그 집에 가면 정말 맛이 기가 막힌 염소 치즈가 있는데 무조건 구입하세요. 무화과나 고추냉이를 첨가한 치즈를 선택하면 돼요. 물론 치즈에 무화과나 고추냉이를 넣는 게 의아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을 거예요. 그 염소 치즈에 루아르 지방에서 생산되는 백포도주, 그러니까 상세르나 푸이 퓌메를 곁들이면 그야말로 완벽한 조화를 이루게 되죠. 푸아그라와 피스타치오를 넣은 파테도 제가 강력 추천하는 음식입니다. 코트 드 뉘에서 생산된 부르고뉴 와인 특유의 떫은맛이 도는 마리아주도 기가 막히죠. 거기에 한 가지만 덧붙여 2006년 산 주브레-샹베르탱 와인을 망설이지 말고 사세요!
이상이 제가 강력 추천하는 음식 품목들이에요. 한번 맛을 보고 나면 냉동 피자 따위는 절대로 거들떠보지 않게 될 거예요.
엠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