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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프랑스소설
· ISBN : 9788984374836
· 쪽수 : 360쪽
· 출판일 : 2024-05-27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디즈니 가게의 유리 진열장 앞에서 장난감을 구경하던 아이는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돌연 사라졌다. 호주 출신의 보모 아가씨는 아이를 혼자 내버려둔 시간이 불과 몇 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그녀는 장난감 가게 옆 디젤 매장에서 세일하는 청바지를 입어보다가 그만 아이를 시야에서 놓쳐버렸다.
아이가 사라진 것을 발견하기까지 얼마만큼 시간이 흘렀을까? 보모는 그 시간이 미처 5분도 안 된다고 수사관들에게 말했다. 5분이라면 억겁과 무엇이 다른가? 그 시간이면 무슨 일이든 벌어질 수 있다.
어린이 실종사건에서 초동 대응이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상식이다. 살아 있는 상태로 아이를 찾을 가능성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흔여덟 시간이 지나게 되면 아이의 생존 가능성은 희박해진다.
3월 23일, 그날은 비가 억수같이 퍼부었다. 대낮에, 그것도 사람들이 북적이던 쇼핑센터 근처에서 아이가 실종되었지만 수사관들은 신빙성 있는 증언을 확보하지 못했다. 감시카메라들에 찍힌 비디오테이프들도 분석해봤지만 끝내 단서가 될 만한 정보를 찾아내지 못했다.
전화기에서 흘러나오는 금속성 목소리는 그에게 전혀 감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그런데…….
“마크? 나야.”
니콜의 목소리였다. 멍한 상태에서도 아내가 흐느끼며 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전화해줘, 아주 급한 일이야.”
잠깐 동안 침묵이 흐른 다음 니콜의 말이 또다시 이어졌다.
“당신한테 꼭 전할 말이 있어.”
마크는 그 순간 니콜이 라일라의 시체를 찾았다는 이야기를 할 거라 믿었다. 갑자기 끔찍한 장면이 떠올랐다. 식인귀, 짐승, 어둠 속에서 울부짖는 어린 소녀. 그런데…….
“당신이…….”
그는 너무나 긴장돼 숨을 쉴 수 없었다. 양쪽 관자놀이에 팔딱팔딱 뛰는 심장박동이 전해졌다.
“…… 당신이 옳았어.”
또다시 침묵. 도대체 영문을 알 수 없는 말이었다. 그리고…….
“라일라를 찾았어.”
그 순간 그는 두 눈을 감고 알 수 없는 대상을 향해 간절한 감사기도를 올렸다.
아이는 제자리에 꼼짝 않고 서 있었다. 그제야 마크는 용기를 내어 아이와 시선을 맞췄다. 아이가 사라진 지 꼭 1,828일 만이었다. 처음에는 얼이 빠져 갈팡질팡할 거라 생각했었는데 아이에게서 공포나 고통의 흔적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아이는 생각보다 차분했고, 지나칠 만큼 표정이 안정돼 보였다.
희미한 미소를 띤 아이가 간호사의 손을 뿌리치더니 마크를 향해 달려왔다. 아이의 키에 맞게 몸을 숙인 그가 두 팔을 활짝 벌려 아이를 품에 안았다.
“이제는 걱정할 필요 없어, 우리 딸.”
마크는 아이를 번쩍 들어 올렸다. 아이를 꼭 껴안은 그는 무한한 감사와 기쁨을 느꼈다. 아이가 태어났을 때보다 훨씬 강렬한 감정이었다.
“그래, 이제 끝났어. 이제는 안심해도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