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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기호학/언어학 > 언어학/언어사
· ISBN : 9788987671482
· 쪽수 : 580쪽
· 출판일 : 2006-04-15
책 소개
목차
해제
엮은이의 말
예술과 책임
미적 활동에서의 작가와 주인공
저서『도스토예프스키 창작의 제 문제』에서
교양소설과 리얼리즘 역사 속에서의 그 의미
담화 장르의 문제
언어학, 어문학 그리고 다른 인문학에서 텍스트의 문제
도스토예프스키에 관한 저서의 개작 계획
『신세계』편집진의 물음에 대한 답변
1970~71년의 노트에서
인문학의 방법론을 위하여
러시아 문학사 강의에서, 뱌체슬라프 이바노프
엮은이의 주
바흐친 연보
찾아보기
책속에서
도스토예프스키는 결코 죽음을 안에서부터 묘사하지 않는다. 단말마의 고통과 죽음을 관찰하는 것은 타자들이다. 죽음은 의식 자체의 사실이 될 수 없다. 물론 문제는 화자 입장의 신빙성에 있지 않다(도스토예프스키는 그에게 필요하기만 하다면 이 입장의 환상성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다). 본질상 의식은 의식된 (즉 의식을 완결하는) 시작과 끝을 가질 수 없다. 다시 말해 의식의 나머지 계기들과 동일한 재료로 만들어진 마지막 고리로서 의식의 열 속에 자리잡고 있는 시작과 끝을 가질 수 없다.
시작과 끝, 출생에서 죽음을 갖는 것은 인간, 삶, 운명이지 의식이 아니다. 의식은 본질상 오로지 안에서부터만, 다시 말해 오로지 의식 자체에게만 펼쳐지며, 따라서 무한하다. 시작과 끝은 의식하는 당사자에게 있어서가 아니라 타자들에게 있어서 객관적인 (그리고 객체적인) 세계 속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죽음을 안에서 몰래 엿볼 수가 없다는 것, 거울의 도움을 빌리지 않고는 자신의 뒤통수를 볼 수 없는 것처럼 아예 볼 수 없다는 데 있지 않다. 뒤통수는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것이므로 타자들은 그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안으로부터의 죽음이란, 다시 말해 자신의 의식된 죽음이란 누구에게도―죽어가는 당사자에게도, 타자들에게도―존재하지 않으며, 절대로 존재하지도 않는다. 다름 아닌 이 의식, 즉 최후의 말을 알지도 못하고 갖고 있지도 않은, 자기 자신의 이 의식이 도스토예프스키의 세계에서 묘사 대상이 된다.
바로 이 때문에 안으로부터의 죽음은 도스토예스프키의 세계 속으로 들어갈 수 없다. 그의 세계의 내적인 논리에 죽음은 생소한 것이다. 여기서 죽음은 언제나 타자의 의식에게 객관적인 사실이다. 때문에 여기에선 타자의 특권이 부각된다. (...) 도스토예프스키의 세계에서 죽음은 아무것도 완결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죽음은 이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 즉 자기 자신을 위한 의식을 건드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 본문 449~450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