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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예술/대중문화의 이해 > 미학/예술이론
· ISBN : 9788988653210
· 쪽수 : 231쪽
책 소개
목차
서문 - 생명을 살리는 예술
음악
별들의 노래
음악의 시간과 공간
대칭성을 넘어
대중음악
건축
문의 미학
우주의 건축, 건축의 우주
아라베스크
춤
낭만발레
현대무용과 대지 여신의 부활
남성 춤의 부활
시각예술
판화, 새김과 나눔의 예술
샤갈과 박생광
사진, 뜻밖에 드러나는 세계
디베르티스망
고깔모자의 꿈
씨름, 신성한 황소의 흥풀이
곡옥, 살림의 미학
저자소개
책속에서
판화에는 원본의 고유함이 없다. 암각화처럼 영속적인 기억의 흔적도 없다. 이것은 끝없는 기억의 재생과 확산을 통해 살아간다. 여기서 잃은 것은 유일한 작품만이 줄 수 있는 '아우라'이다. 하지만 얻은 것은 널리 사람들과 더불어 나누는 기억과 정서의 공감이다. 즉 아름다움의 공유이다. 물론 우니카(unica)라고 해서 단 하나밖에 없는 판화도 있었고, 한 번밖에 찍을 수 없는 모노타이프(monotype)도 있었다.
하지만 판화의 삶은 곧 자신의 기억을 거듭 찍어내기, 즉 복제를 통한 삶의 확대라는 본연의 메커니즘에 결합해 있다. 그리고 이 메커니즘은 곧이어 발달하는 석판, 동판, 실크스크린 같은 새로운 복제기술들과 합류한다. 그리하여 채색인쇄와 광고포스터가 요란한 풍경 속에서, 현대적 대중매체를 향한 돌진 속에서 복제의 생명력은 날이 갈수록 힘을 얻었다. 주제의 규정은 물론, 시공간의 제한마저 넘어선 것이다.
여기에는 수많은 눈동자를 통해 기억되고, 그 속에서 수없이 거듭 태어나려는 생명의 선한 의지가 담겨있다. 그런데 이러한 의지가 기계적으로 실현될수록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원초적인 감동의 기억이다. 말하자면 기계적 복제의 힘이 커질수록 생생한 감각과 정서의 내용이 옅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끝에는 워홀(Andy Worhol)의 '팝 아트(Pop Art)가 있다. 마침내 기억의 자취를 남김없이 지워버리고 모든 고유하고 절대적인 것의 신비를 조롱하는 무한 복제의 예술이 나온 것이다. 팝아트는 진정 판화라는 예술의 한쪽 끝에 서 있다. 그만큼 내면의 감각에서 멀다.
- 본문 159~160쪽, '판화 : 새김과 나눔의 예술'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