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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문학 > 일본문학
· ISBN : 9788989571698
· 쪽수 : 288쪽
· 출판일 : 2010-11-19
책 소개
목차
상사가 없는 월요일 … 7
금주를 결심한 날 … 63
꽃다발이 없는 환송회 … 117
보이지 않는 손의 살인 … 169
도보 15분 … 221
해설
· 영화처럼 읽히는 유쾌한 소설_ 곤다 만지 … 272
· 샐러리맨의 인생도 미스터리_ 에가미 고 … 277
역자 후기 ·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반전의 쾌감 … 282
리뷰
책속에서
하세가와는 서무만 10년차가 된다. 미쓰하시 과장에게 혼나고 얻어맞아 가면서 10년의 세월이 흘러 지금은 서른세 살. 아직 독신이다. 벌써부터 배가 나오기 시작한데다가 근시까지 있다. 얼굴은 동안이었지만 미남이라고 하기는 힘들다. 지각은 일주일 평균 2.5회, 고등학교 시절과 변함없는 기록이다.
“오늘은……. 전철이 늦게 왔다고 하자.”
그런데 그건 이전에 이미 써 버렸다.
“할 수 없지. 그냥 늦잠 잤다고 하자.”
과장님한테 이런저런 잔소리를 듣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자리에 앉자마자 여기저기 전화를 거는 것이다. 오늘은 월요일이다. 전화할 일이 서너 건 정도는 있다. 좋았어. 이번에도 그 방법으로 하자. 하세가와는 〈M문구주식회사〉라고 쓰인 유리문을 밀었다.
-「상사가 없는 월요일」
“이 캐비닛도 정리해 버리는 게 어때요?”
“거기는 과장님 전용이야.”
“하지만 버리지 않고 정리만 한다면 괜찮지 않습니까?”
“그래도 손대지 말라고 했거든.”
“여기도 분명 먼지투성이일 거라고요. 깨끗하게만 해 둔다면 괜찮잖아요.”
시마모토는 이미 정리할 태세에 들어가 있었다.
“그건 그렇군.”
나카에는 주저했다. 자신이 책임져야 할 일이 생기면 바로 결단력이 둔해지고 만다.
뭐, 청소만 해 두는 정도라면 특별히 뭐랄 일도 없을 거야.
“그럼 위치가 바뀌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물론이죠. 일 밀리미터도 틀리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열쇠, 가지고 계세요?”
“어, 이 중에 하나가 맞을 거야.”
나카에는 서랍에서 열쇠 다발을 꺼내 시마모토에서 건넸다. 시마모토는 몇 개인가를 시도한 끝에 캐비닛이 열리자, 안에 있는 파일들을 의욕에 넘쳐서 꺼내기 시작했다. 나카에가 함께 하자고 해도 사양했다.
“아, 괜찮습니다. 좀 쉬세요. 제가 할 테니까요.”
나카에는 쓴웃음을 짓고는 한 걸음 물러서서는 시마모토가 연이어 꺼내서 쌓아 놓는 파일과 장부를 적당히 분류해 나갔다. 그러던 중에 장부 사이에서 얇은 노트가 한 권 툭 떨어졌다.
무심결에 노트를 집어 든 나카에는 책장을 훌훌 넘겨 보았다…….
-「상사가 없는 월요일」
세키구치 가즈히코는 술을 끊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단지 그냥 끊어야겠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경제 사정이 어려워졌거나 간이 나빠졌거나, 혹은 주사가 심해서 실수를 자주 한다거나 등의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술을 마시는 것이 죄악이라고 믿는 종교적인 깨달음이 있어서는 더욱 아니다. 정말로, 그저 막연하게 술을 끊자고 생각했을 뿐이다.
그런 결심을 한 것은 출근하는 전철에서였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앉을 자리는 꿈도 못 꾼 채 몸은 이리저리 밀리고 발은 꾹꾹 밟히며 손잡이도 잡을 수 없는 아침이었다. 신문을 펼치거나 잡지를 뒤적일 공간조차 없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생각하는 일뿐이었다. 그렇다고 철학자도 아닌 주제에 무언가 깊이 생각할 것도 없었다. 그저 무엇을 생각할까에 대해서 생각하는 정도의 웃기지도 않은 생각을 한다.
그러다 불현듯 술을 끊어 보자고 생각한 것이기 때문에 언제까지 이어질지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스스로도 기껏 사흘 정도가 아닐까 생각하고 있었다. 그 정도 수준의 결심이었기 때문에 부담도 없고 마음도 가벼웠다.
-「금주를 결심한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