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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여행에세이 > 국내여행에세이
· ISBN : 9788989988670
· 쪽수 : 325쪽
책 소개
목차
외나무다리 건너 고향집엔
외나무다리… 빈자리엔 싸늘한 바람만 배회하고
징검다리… 가슴 저린 추억들이 점점이 박힌
줄배… 사공은 어디 가고 빈 배만 쓸쓸히
흙집… 유년의 마당에 스민 아버지의 눈물
사립문… 굽은 등?흰머리의 할머니가 살던 곳
뒷간… 농사에 꼭 필요했던 숨은 ‘보물창고’
너와집-굴피집… 산골사람들의 헐벗은 삶 가려주던
공동우물… 동네 소문 아침저녁으로 모여들고
상엿집… 언제나 무섭던 그곳에 남겨진 전설
수세미오이… 담마다 주렁주렁…… 그리운 풍경
품앗이, 그리고 새참의 추억
쟁기질… 이랴~ 이랴~ 워! 워!
손모내기… “여보게, 참 먹고 하세” 흥겹던 들녘
벼 베기… 에헤야 데헤야~ 신나는 풍년가
바심… 홀태?탈곡기?도리깨가 있던 시절
삼농사… 농부의 땀이 실이 되고 옷이 되고
삼베길쌈… 베틀 위에서 눈물짓던 어머니들의 삶
모시길쌈… 할머니가 이고 걸어온 서글픈 전설
춘포길쌈… 옛사람들이 잠자리 날개라 불렀던 옷
소달구지… 딸랑딸랑 워낭소리 어디로 가고
주막… 먼 길 떠나는 나그네들의 오아시스
월급봉투, 그 안에 담긴 눈물
피맛골… 600년을 민초와 함께한 ‘은밀한 골목’
월급봉투… 서민들의 애환과 행복이 함께 담겼던……
장발단속… 긴 머리 안돼! 짧은 치마도 안돼!
교회 종소리… 어머니의 자장가처럼 정겹던 그 소리
뻥튀기… 아이들 혼을 쏙 빼놓던 군것질거리
떠돌이 약장수… 쇼도 하고 약도 팔던 ‘시대의 아이콘’
아이스케키… 달콤하던 맛도 속절없이 녹아버리고
엿장수… 철컥 철컥 철철철~ 신나던 가위 소리
성냥공장… 공장문은 녹슬고 야적장엔 잡초만
활판인쇄… 질박한 멋과 따뜻한 느낌의 활자들
장제사… 말이 있어 그가, 그가 있어 말이
봉숭아 빛 곱게 물든 저녁
쥐불놀이… 논두렁 태우며 풍년 기원하던 풍습
봉숭아 물들이기… 첫눈 올 때까지 남아있으면……
가마솥… 터줏대감이 천덕꾸러기가 되어
닭서리… 스릴 넘치던 악동들의 겨울나기
연… 추운 줄도 모르고 “형아, 이겨라!!”
썰매… 논바닥?모닥불에 묻어둔 추억들
금줄… ‘약속’을 가르치던 조상들의 슬기
짚신… 백성들의 발이 되고 친구가 되고
지게… 한 사내의 죽음이 전설로 남아
마장터… 깊은 산골 너른 터에 장터가 있었네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지금까지 온전히 보존돼 있는 너와집이나 굴피집을 찾기란 쉽지 않다. 강원도 어지간한 산골만 하도 너와펜션이나 너와가든이란 이름의 너와집들이 즐비하지만 그건 껍데기만 ‘너와’와 ‘굴피’일 뿐이다. 수소문 끝에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 신리에 원형 그대로의 너와집이 있다고 해서 찾아갔다.
신리에는 근래까지 사람이 살았던 너와집이 두 채 있다. 그 중 하나가 중요민속자료 33호로 지정된 김진호씨(별세) 집이다. 이 집은 모든 게 원형대로 보존돼 있어서 풍부한 사진자료를 얻을 수 있었지만, 사람이 살고 있지 않다는 점이 아쉬웠다. 그게 마음에 걸려 신리에 다녀와서도 글로 기록하기를 미루고 있었는데, 뒤에 신리와 그리 멀지 않은 삼척시 신기면 대이리 골말에 사람이 살고 있는 너와집이 있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중요민속자료 221호인 ‘이종옥 가옥’이 그 집이다.
백순기 할머니는 열아홉에 혼인을 했다. 인연이 그랬던지 처녀 적부터 길쌈을 배웠다고 한다. 시집을 오자마자 베틀에 앉아 춘포를 짜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따져도 63년이다. 집안으로 보면 4대째 춘포를 짠다고 한다. 둘째 며느리에게 물려준다니 5대째로 이어지는 셈이다. 지금 쓰고 있는 베틀도 100년이 넘었다고 한다. 할머니가 수줍게 고백한다.
“10년 전에 살짝 풍을 맞았슈. 그래서 이젠 베틀 앞에 앉아도 전처럼 일을 못해…….”
부부는 춘포 짜는데 필요한 모든 걸 자급자족한다. 아직도 1,300평의 밭에 모시농사를 짓고 명주실을 뽑기 위한 누에도 직접 친다. 할아버지는 전만큼 많이는 못 한다고 한숨이다. 스스로의 몸을 건사하기도 힘겨워 보이는 노인들이 농사를 짓다니……. 누에를 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이라는 걸 농촌에서 살아본 사람들은 잘 안다.
박건한 주간은 열정이 넘쳤다. 밝으면서도 거침이 없는 분이었다. ‘사라져가는 것들’을 쫓아다니고 있다는 소개에 대뜸 “미쳤다.”고 껄껄 웃었다.
“당신이나 나나 미친놈들인 게야. 누가 알아준다고 돈도 안 되는 짓을…….”
그 ‘미친놈’이라는 한마디가 늙은 시인과 늙어가는 기자를 대뜸 하나로 묶었다.
“전기밥솥으로 밥을 지으면 오래 걸리지도 않고 편하잖아……. 그런데 가마솥 밥은 보통 힘든 게 아니란 말이야. 내내 불을 때며 지켜봐야 하고. 또 지을 때마다 밥맛이 달라. 불을 어떻게 조절하느냐, 누가 지었느냐에 따라서 말이지. 그런데 가마솥으로 한 밥은 남다른 맛이 있거든. 활판인쇄가 바로 그 가마솥 같은 거야. 힘들고 번잡하지만 뭔가 자기만의 맛이 있는…….”
그의 활판인쇄에 대한 지론은 분명했다. 그 지론이 이미 세상과 작별했던 명품을 되살려낸 것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