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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역사 > 중국사 > 중국사 일반
· ISBN : 9788990024237
· 쪽수 : 301쪽
책 소개
목차
머리말
1. 중국의 사랑의 꽃말
꽃은 말하고, 풀은 얘기한다.
매화 - 매서운 추위에도 향기로운 꽃을 피우다
살구 - 학업을 성취하소서
버드나무 - 무사히 여행하소서
복숭아 - 사악한 기운을 떨쳐내고 불로불사를 주다
모란 - 모란이 아니면 꽃이 아니다
작약 - 재회를 약속하고 이별을 아쉬워하며 선물하는 곷
장미 - 아름다운 장미에는 가시가 있다
야합화 - 열리도 닫히는 이파리는 다정한 연인이런가
말리화 - 여성의 화장을 도와주는 짙은 향기
원추리 - 근심 걱정을 잊게 하는 곷
연꽃 - 연애와 통하는 애로틱한 꽃
호리병박 - 아이를 잘 낳기 바랍니다
여지 - 세월이 흘러도 더욱 열매를 잘 맺는 나무
오동 - 오동나무 이파리 하나 떨어지니 천하에 가을에 왔음을 아노라
홍두 - 붉은 광택을 잃지 않는 견고한 열매
석류 - 웃으며 터진 열매에 무수한 씨앗
감귤 - 귤은 길조, 정원에 선물하는 밀감
당귀 - 사람을 불러들이는 주술적인 풀
모과 - 모과를 던진 저 여인에게 옥으로 만든 장식을 선물할까
난 - 난 꿈은 아이를 가질 징조
수선화 - 자태와 향기, 춘절에 가장 잘 어울리는 곷
2. 꽃말의 오솔길
동백꽃 - 추위를 거뜬히 이겨내고 색이 바래지 않는 사랑의 곷
송백 - 당신은 나를 잊이 않았군요
창포 - 훌륭한 자식을 낳게 해주기를
띠 - 남다를 유혹하는 미녀의 하얀 손
백합꽃 - 신랑 신부의 새 출발을 축하합니다
파초 - 잎에 써놓은 시 한 수, 아우야 그립구나
산초 - 서로 아끼고 사랑하다가 아이를 얻다
추해당(베고니아) - 애끓는 괴로움
빈랑 - 행복한 결혼생활
계화 - 학업성취와 영예
국화 -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세요
밤 - 일찍 일어나 부모를 섬기는 며느리의 마음가짐
만년청 - 겨울에도 시들지 않고 청청하고 무성하여라
병체화 - 머리를 나란히 한 일심동체의 연인들
옮기고 나서
책속에서
화기가 길고 추위를 잘 견디는 특성 때문에 동백은 예전부터 '변하지 않는 애정'을 상징했다. 오늘날에도 운남산다의 고향인 운남성을 위시로 남방의 소수민족 사이에서는 동백이 '애정'과 '구혼'을 뜻한다. 예컨대 운남성 초웅楚雄의 이족彛族에서는 젊은이가 마음속에 점찍어둔 아가씨에게 동백 한 다발을 건네주며 연심을 전달하는 풍습이 있다. 서쌍판납西雙版納의 하니족哈尼族에서도 청년이 첫눈에 반한 아가씨에게 동백꽃 가지를 준다. 꽃가지를 받은 여자는 동백에 실을 묶어 허락과 거절을 표시하여 남자에게 되돌려주는데, 이때 실이 하나면 '거절합니다', 둘이면 '승낙합니다', 셋이면 '이미 애인이 있어요'라는 뜻이다. - '동백꽃'편, 225,226쪽
4월의 장미를 관장하는 화신은, 일설에는 후궁의 비 가운데 한무제漢武帝가 총애했던 여연麗娟이라고 하며, 그녀는 몸매가 제비처럼 가볍고 화사하며, 내쉬는 한숨은 난처럼 향기로웠다는 춤의 명수기도 했다.
이 여연이 장미의 화신이 된 계기는 이렇다. 무제와 여연이 함께 후궁의 화원에서 놀던 어느 늦은 봄날, 마치 아리따운 여인이 만면에 웃음을 띤 것처럼 흐드러지게 핀 장미의 아름다움에 감탄한 무제가, "이 꽃이 그대의 웃음 짓는 모습보다 한결 곱지 않은가."라고 농을 한 적이 있었다.
여연은 그 말을 듣고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빙긋이 웃으면서 이렇게 대답했다. "꽃은 돈으로 살 수 있지만, 사람의 웃음은 (천자 폐하라 하더라도) 살 수 없는 것이옵니다." 그러자 무제는 "이 세상에 살 수 없는 게 있다더냐."라며 호기롭게 말했는데, 여인은 기다렸다는 듯이 황금 백 근을 황제에게 바치며 이렇게 받아쳤다. "그러면 이것을 폐하께 진상할 터이니, 하루 종일 웃고 계시겠습니까?" 그 뒤로 장미를 '매소화買笑花'라고도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 '장미'편, 101,102쪽
청대의 소설 <홍루몽紅樓夢>에도 어떤 미녀가 친구의 생일잔치 자리에서 술을 과도하게 마시고 정원의 작약 화단에서 잠들어버리는 장면이 나온다. 시종의 보고를 받고서 친구들이 가만히 엿보러 갔더니, 석가산石假山(정원 따위에 돌을 모아 쌓아서 조그마하게 만든 산) 뒤쪽의 검은 돌에 허리를 기대고 곤히 잠들어 있는 여자의 얼굴과 옷 위로, 흐드러지게 핀 작약 꽃잎이 하늘거리며 떨어져내려, 온몸이 향기로운 작약꽃밭 속에 완전히 파묻혀버린 듯했다고 하는데, 이것은 작약綽約한(부드럽고 아름다운) 매력이 넘치는 미녀를 작약에 비유한 한 가지 예로 볼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장면의 설정은 그녀가 꿈속에서 연인과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음을 암시하는, 작자의 교묘한 우의적 수법인지도 모르며, 명나라 시대의 소편小篇에 선잠에서 깨어난 여자가 손에 쥐고 있는 줄 알았던 작약이 없어진 것을 알아차리고 '자고 있는 사이에 당신이 왔다가셨군요.'라고 중얼거리는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이 소편에 등장하는 여성은 아마도 연인과의 달콤한 만남을 꿈꾸고 있다가 문득 눈을 떠보니 작약이 없어진 사실을 알고, 꿈속의 사내가 다시 몰래 만나자는 약속의 표시로 가져갔다고 생각했으리라. - '작약'편, 97,9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