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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프랑스소설
· ISBN : 9788990369727
· 쪽수 : 252쪽
책 소개
목차
#1 프랑스_ 택시미터기와 흐르는 시간에 대하여
#2 룩셈부르크와 독일 _철학에서의 털
#3 폴란드와 러시아 _정신분석학에서의 전통
책속에서
"누구에게나 택시 미터기나 출근 체크기가 측정하는 사회적 시간과는 무관한 자기 내면의 시간이 있다는 것도 아십니까? 사회 속의 모든 인간들에게 동일한 시간을 강요하는 것은 일종의 폭력입니다. 충분히 이야기되고 있지 않은 폭력이지요."
"저도 압니다. 내면의 시간은 불연속적이며 균일하지 않습니다. 그러한 시간은 시계로 측정할 수 있는 시간과 관계가 없지요. 저도 베르그송을 읽어서 알고 있습니다."
"공식 통계가 있다는 사실도 아십니까? 각기 다른 내면의 시계를 지닌 개인들에게 동일한 시간을 강요하면 심장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고 합니다."
단속 나온 공무원의 얼굴에 핏기가 가셨다.
"안타깝지만 선생님 말씀이 맞는 것 같습니다. 택시 미터기 일은 잊어버립시다."
"사회적 시간과 택시 미터기는 가라! 지속이여, 만세!" 오스카는 차창 밖으로 그렇게 외쳤고 DS는 휭하니 그 자리를 떴다.
_ ‘택시 미터기와 흐르는 시간에 대하여’ 중에서
“현자는 문명의 미지근한 물에 들어가기를 두려워하지 않지. 자네가 지적인 대화를 원한다면 우선 자네와 같은 시민, 자네의 동포, 동시대를 사는 사람들, 이웃, 친척, 조력자들과 동일한 어리석음, 동일한 기본적 우매함을 나누어야 하네. 우리 모두가 공존 가능한 어리석음에 입각해 있어야 하지. 예를 들어 태양과 하늘이 똑같이 파랗다고 한다면 그것은 우리가 더불어 대화를 나눌 수 있게 하는 무지몽매한 가정이니 나쁜 징후는 아닐세. 일기예보를 못 참겠는가? 그들은 자네가 이해하지 못하는 얘기를 많이 하지. 우리가 그 무엇에도 합의를 보지 못한다 해도 최소한 날씨에 대해서만큼은 같은 판단을 내려야 하지 않나. 우리는 같은 땅에 살고 있네. 일기예보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지도와 방위 표시야. 지도에서 오른쪽에 있느냐 왼쪽에 있느냐에 따라서 자신이 동쪽에 있는지 서쪽에 있는지 판단하지. 그것만으로도 이미 가치 있는 일 아닌가! 화창한 날, 비오는 날 얘기를 하는 것은 우리가 비록 악천후 속에서도 같은 땅 조각, 같은 하늘 아래서 같은 기압을 느끼며 살아간다는 확인이라네. ‘궂은 것’은 국경으로 밀어 내야 하거든. 나쁜 기후는 언제나 바깥에서, 외국에서 오지. 반대로 좋은 날씨는 우리 탓이니 당연히 우리가 즐겨야지. 우리는 우리가 제일 잘났거든. 그래서 프랑스인이 단연 뛰어나다느니, 독일인이 탁월하다느니 하는 말이 나오는 거라네. 신이나 악마를 믿지 않는다 해도 최소한 아소르스 제도의 고기압과 아일랜드의 저기압은 믿는 거야. 그러니 시시때때로 날씨 이야기도 해야지. ‘잘 지내요?’라고 으레 던지는 물음처럼 필수불가결한 거라네.”
_ ‘날씨 얘기를 해야만 할까’ 중에서
“투표로 성사시키지 못하는 것을 무기는 가능케 하지요. 이상주의와 법률 만능주의는 이제 됐습니다! 훌륭한 헌법은 언제나 피로 쓰여지는 법입니다. 유럽인이라는 존재를 세우려면 반드시 피를 흘려야만 합니다. 브뤼셀 위원회에는 수많은 플래카드들이 난무하지만 시신은 그 안에 없습니다. 그게 바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인데도요. 유럽의 지도자들이 무거운 비밀을 공유하지 않고서야 어떻게 함께 손을 잡고 일을 하겠습니까? 그들은 비열한 짓에 함께 손을 대야 합니다. 까놓고 말해서, 함께 손에 피를 묻혀야 한다는 말입니다.”
_ ‘비아그라와 그리스도의 임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