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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90944726
· 쪽수 : 112쪽
· 출판일 : 2021-12-30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목욕물 마신 새
하루살이와의 대작
인왕제색도
무자치 내를 건너네
여우비 지나고
부음
낙동강으로 가는 산을 넘으며
흙산
바람의 울음소리
유성
산을 마주하고
박쥐
낙동강에 대한 기억 하나
숲
당산나무 아래서
아름다운 지조
제2부
개구리들
낙동강이 있어
우물가 플라타너스
낙동강 미루나무
석류나무와 감나무 사이
줄탁동시
아내의 낯꽃
빈방
감자와 가족
토요일
돌절구
장지에 그린 그림
잠 못 드는 밤
아침 거미
옹이
지붕 위의 소
제3부
겨울 산
산감나무
청청
내 마음 편해지자고
작약
이불 보따리
요강에 오줌을
밤마실
칡을 캐며
꽃병이라는 이름
목련 등
산딸나무
등에 업히는 보름달
낮달
삼일사 샘플 공장
구두와 슬리퍼
오늘은 야근
제4부
동백을 옮겨 심다
완전한 그늘
나무의 노래
개미들
벌과 벌
개나리꽃
햇살 좋은 방
물오리나무
봄, 그날
아기 꽃망울
지워지지 않는 감물
화왕산 미나리
늙은 매화나무
꽃 소식
이순의 봄
아내와 함께
가시연꽃
해설-그늘의 시학과 무욕의 삶/박대현
저자소개
책속에서
겨울 추위가 매섭다
숲속을 헤매다 만난
키가 작고 팔다리 긴 여자
잡목 가득한 숲 한가운데서
아이들에게 젖을 물리고 서 있다
옹기종기 아이가 여럿
추위에 얼굴이 빨갛게 익었다
얼굴에는 상처 하나 없어 예쁘기도 하여라
산새들 찾지 못하는 잡목 우거진 숲
낙엽 져 겨울 햇살 들 때
숨어 기른 여름 아이
숲 그늘 빛이 작아 작은 아이들
갓 낳아 젖을 문 푸른 얼굴들
가을을 지나며 붉게 붉게 물들었다
배고픈 겨울새도 찾지 못하는
숲속 나무들 사이에 숨어
몰래몰래 아이에게 젖을 물린 여자
둥치가 썩어서 슬프지만
가지 끝에 매달고 있는
아이들 빨간 얼굴이 예뻐서 기쁜
그 여자의 모습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산감나무」
한여름 소나기 냇물에 내린다
그려지는 빗방울 파문 촘촘하다
내를 가로질러 건너는 무자치
고개 빳빳이 쳐들고 나를 피해
물결무늬 그리며 마름 사이 지나
어리연을 지나 부들 수초 건너
풀밭으로 간다
나는 비 맞으며 돌멩이를 주워
무자치 대가리를 겨냥해 던진다
맞아서 죽도록 던진다
이리저리 피해 잘도 건너는 무자치
살아서 풀밭으로 사라진다
밤이 오면 나도 내를 건넜다
허우적거리며 헤엄쳐 건너면
낮에 살아서 도망갔던 무자치
혀를 날름거리며 따라왔다
죽어라 헤엄치다 꿈에서 깨어나면
온몸은 땀으로 흥건히 젖어있고
내 키는 신비롭게 자라 있었다
무자치와 나는 오늘도 내를 건넌다
세상을 건너간다
-「무자치 내를 건너네」
보리타작 마당가
암소 한 마리 황소 한 마리
흙먼지 풀썩이며 도리깨질 한창일 때
후드득 듣는 빗방울
예고 없이 쳐들어오는 소나기에
보리를 덮기 위해 비닐 덮개
휘날리며 이리저리 날뛰던 날
그 소란 끝에도 씩씩거리던
수소의 등줄기 위로
여우비 후드득 두드리고 지나갔다
푸른 감나무 위로 무지개 서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우우움-머 우우움-머
씩 웃는 황소 얼굴을 마주 보았다
-「여우비 지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