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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기타국가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88991239685
· 쪽수 : 524쪽
· 출판일 : 2011-02-11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토비아스는 주먹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그동안 자신이 얼마나 바보 같았는지 생각하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삶으로부터 버림받은 사람은 오직 자신뿐이라고 생각해오지 않았던가! 지난 10년이 부모님에게 얼마나 견디기 힘든 시간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면회를 왔을 때도 부모님은 마치 모든 일이 다 잘되고 있다는 듯이 행동했었다. 겉으로는 웃으면서도 그 속은 얼마나 타들어갔을까! 분노가 목을 조르는 것만 같았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갔다. 그리고 멍한 시선으로 창밖을 내다봤다. 며칠만 부모님 곁에 있다가 알텐하인을 떠나 다른 곳에서 새 삶을 시작하려던 그의 계획은 소리 없이 무너졌다.
그는 떠나지 않을 것이다. 이 집, 이 레스토랑, 이 마을, 아무 죄도 없는 부모님을 그토록 괴롭힌 이 빌어먹을 마을에 남을 것이다.
즉 이 사건의 발단은 세 남녀의 삼각관계였다. 토비아스는 스테파니 때문에 로라와 헤어졌고 스테파니는 다시 토비아스에게 이별을 통보했다. 이 일로 토비아스는 피로 얼룩진 살인사건을 저질렀고 이때 엄청난 양의 술이 촉매로 작용했다.
그는 재판 마지막 날까지도 두 여학생의 실종에 관계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법정은 전쳐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그의 말을 믿어주지 않았다. 그의 주장을 뒷받침해줄 증인도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친구들은 토비아스에게 욱하는 성질이 있으며 때때로 분을 참지 못해 폭발하고 여자들이 항상 그를 떠받들었기 때문에 헤어지자는 스테파니에게 민감한 반응을 보였을 수 있다고 진술했다. 모두 토비아스에게 불리한 증언뿐이었다.
바로 이 점이 아멜리의 호기심을 키웠다. 그녀는 공평하지 않은 것을 가장 싫어했다. 그녀 자신만 해도 불공평하게 의심받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토비아스의 무죄 주장이 사실이라면 그 마음이 어땠을지 상상이 되고도 남았다. 아멜리는 이 사건을 좀 더 조사해보기로 작정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는 아직 모르지만 우선 토비아스 자토리우스와 말이라도 한번 섞어봐야 할 일이었다.
토비아스가 훅 하고 콧구멍으로 담배 연기를 내보냈다.
“어디 사니?”
“테를린덴 옆집이요.”
“아.”
“알아요. 티스한테 다 들었어요. 거기 원래는 백설공주가 살았다면서요?”
그 말을 들은 토비아스는 얼어붙은 듯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잠시 후 달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너 지금 거짓말하는 거지?”
“거짓말 아니에요.” 아멜리는 거세게 부인했다.
“거짓말이잖아. 티스는 말 안 해. 아무하고도,”
“나하고는 해요. 가끔이지만. 내 친구거든요.”
토비아스가 담배를 한 모금 빨았다. 담뱃불에 그의 얼굴이 환히 비쳤다. 아멜리는 그가 한쪽 눈썹을 치켜세우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남자친구 아니에요. 이상한 생각 하지 말아요. 그냥 내 가장 친한 친구예요. 그리고 유일한 친구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