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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88991310971
· 쪽수 : 415쪽
책 소개
목차
1장_ 꽃잎 명함
2장_ 몰아치는 외로움
3장_ 혼자 보는 무지개
4장_ 쏴아쏴아 공원
5장_ 여섯 줄의 러브레터
6장_ 아카네색 페로
리뷰
책속에서
“선배는 어떻게 하세요?”
“마음이 아플 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야요이는 팔짱을 낀 채 비스듬히 오른쪽 위로 시선을 주었다. 쓸쓸한 추억 이야기라도 하는 듯한 목소리였다.
“아픔은 저항하는 한 줄곧 계속돼. 오히려 아픔의 근원을 받아들이는 순간부터 조금씩 치유되는 것 같아.”
나는 그 말의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아픔의 근원을 받아들인다…….”
(<1장_ 꽃잎 명함> 중에서)
아카네가 예상치 못한 발언을 던지고 내 검정 우산을 펼쳤다. 비가 내리지 않는 하늘 아래에서 우산을 쓰고 몇 걸음 바닷가를 향해 천천히 걷다가, 휙 돌았다.
밋밋한 잿빛 풍경 속에 핀 자그마한 페코짱의 미소가 왜 그런지 시들어 보였다.
“뭐라고 말하면 좋을까……. 몰아치는 외로움을 작은 우산 하나로 겨우겨우 견뎌 내고 있는 느낌?”
“…….”
“그런 느낌이 비슷한 것 같다고 내 멋대로 생각했어.”
아카네는 남색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옷자락이 부드러운 바닷바람에 나풀거렸다. 공기는 축축하고 후텁지근한데 아카네의 모습은 왠지 추워 보였다.
(<2장_ 몰아치는 외로움> 중에서)
반짝반짝 안경이라…….
유치한 놀이 같기도 했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인생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그 사람에게 일어난 사건이 아니라 그 사람이 품은 감정이다. 아카네처럼 살 수만 있다면 행복도가 백 점 만점에 한없이 가까워질지도 모른다.
“자, 마시자. 이거 엄청 맛있어 보여.”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술을 따랐다.
“우리, 반짝반짝 안경을 위해 건배할까요?”
“그래. 자, 반짝반짝 안경을 위해, 건배.”
“건배.”
테이블 위에서 유리잔을 쨍 하고 부딪쳤다.
(<2장_ 몰아치는 외로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