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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하도서] 아침 공감](/img_thumb2/9788991824669.jpg)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91824669
· 쪽수 : 64쪽
· 출판일 : 2021-11-11
책 소개
목차
인사말 01/행복이 첫눈으로 내리는 나라 04/다이어리의 첫 장을 넘기며
07/마음을 전하는 최고의 방법 10/무엇이 가슴을 뛰게 하는가 13
/화초가 되는 말, 잡초가 되는 말 16/축복의 하루를 보내고 싶다면 19
/자연이 들려주는 말 22/마음에도 운동이 필요하다 24/가금은 멍 때리는 시간을 27
/1979, 그해 여름 30/화장실은 신성하다 34/시에스타, 리포소, 우지아오 37
/저절로 붉어지는 것은 없다 40/그런 길은 없다 43/오래도록 청년으로 사는 법 44
/가을에 피는 꽃도 있다 47/슬기로운 가을 나기 50/고향을 생각하며… 53
/12월, 잠시 멈춰도 좋은 시간 56/매일 아침, 기적을 만나는 사람들 59
/인생 거울 62
저자소개
책속에서
매일 아침, 기적을 만나는 사람들
어린 시절, 산 중턱에 걸린 안개를 잡아 보겠다고 동네 친구들과 뒷산을 오른 적이 있다. 전날 내린 비로 산은 더욱 선명한 초록으로 반짝이고, 그 위에 걸쳐진 솜사탕처럼 하얀 안개는 손을 내밀어 도움닫기를 하면 한 움큼 손에 잡힐 것만 같았다. 하지만 안개는 쉽게 거리를 내주지 않았다. 질퍽거리는 산길을 한 시간이나 걸어 올라갔지만, 술래잡기라도 하듯 한발 다가서면 한발 물러서곤 했다. 그 사이 우리들의 옷은 이슬 맞은 것처럼 흠뻑 젖었고, 구름 사이로 해가 얼굴을 내밀면서 안개도 서서히 그 빛을 잃어갔다. 실패였다. 바위에 걸터앉아 젖은 옷을 말리면서 우리는 그럴싸한 변명거리를 찾아 공유했다. ‘안개는 잡히지도 않지만 잡아서도 안 되는 숲의 정령일 것이라고….’ 그리고 터벅터벅 산길을 내려왔다.
얼마 전 TV에서 거대한 그물을 이용해서 안개를 잡는 사람들을 보았다. 사막에 세워진 도시, 페루 리마의 달동네 엘 트레볼 사람들이었다. 그곳은 2만여 명이 모여 사는 무허가 빈민촌으로, 상수도 시설은커녕 변변한 우물 하나도 없었다. 대신 그 동네 언덕에는 철조망처럼 길게 세워진 시설물이 있었다. 그것은 동네 사람들의 거의 유일한 상수원이 되어주고 있는 안개 잡는 그물, ‘포그캐처 (Fog Catcher)’였다. 물 한 방울도 금처럼 귀하게 여기는 이곳 사람들은 안개 그물을 ‘기적’이라는 이름으로 불렀다. 그들은 매일 아침 기적을 영접하러 집을 나선다.
안개 그물로 물을 얻어내는 방식은 의외로 단순하다. 두 개의 나무 기둥을 세우고, 그 사이에 너비 12미터, 높이 4미터의 폴리프로필렌으로 만든 커다란 망사를 펼쳐놓은 방식으로, 그물 밑에는 긴 물받이 통이 달려있다. 안개의 작은 입자가 망사에 달라붙어 응축되고 합쳐져서 물방울을 이루고, 그 물방울이 흘러내려 물통에 모이는 구조다. 40㎡의 그물 하나를 설치하면 하루에 200리터의 물을 모을 수 있는데, 그 정도 양이면 60명 분의 요리가 가능하다고 한다.
세계보건기구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가 기본적인 생활과 최소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1인당 하루에 50~100리터의 물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환경부의 통계를 보면 지난 2016년 말 기준 우리 국민 1인당 1일 물 사용량은 287리터에 달한다. 인류의 절반 정도가 하루 평균 94리터 정도의 물로 살아가고 있다는데, 우리는 소중한 물을 정말 물 쓰듯 펑펑 쓰고 있다는 말이다. 지금 현재도 전 세계 인구의 30%가 극심한 물 부족으로 고통받고 있는데도 말이다.
우리는 종종 공기나 물처럼 흔하게 접하지만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것들의 소중한 가치를 잊고 산다. 하지만 자연이 준 선물의 가치가 훼손되면 머지않아 감당하기 어려운 재앙이 닥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매일 아침 기적을 영접하는 페루의 달동네 엘 트레볼 사람들처럼 하루하루 감사의 마음으로 살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