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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영미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88992036306
· 쪽수 : 424쪽
· 출판일 : 2007-03-26
책 소개
목차
환관 탐정 미스터 야심
부록 - 예니체리, 오스만 제국의 최정예 친위부대
작가의 말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그는 30대 후반에 키가 크고 체격이 좋았다. 짙은 갈색머리는 숱이 많았지만, 새치가 몇 가닥 나오기 시작했다. 턱수염 대신 구불구불하고 검은 콧수염을 길렀다. 투르크인다운 높은 광대뼈에, 수천 년 유라시아의 대스텝 지역에 살아온 민족의 후예답게 회색 눈은 눈 꼬리가 살짝 처진 모양이었다. 유럽식 헐렁한 바지를 입으면 그의 모습이 눈에 띌지도 모르지만 갈색 겉옷으로는 그럴 리가 없다. 아무도 그의 존재를 잘 인식하지 못했다. 그 점이야말로 그만의 특별한 재능이었다. 물론 그걸 재능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말이다. 후작부인의 말대로 그건 하나의 정신 상태다. 몸의 상태이기도 하지만.
야심에게는 재능이 여럿 있었다. 타고난 매력, 언어구사력, 또 회색 눈을 갑자기 크게 뜰 수 있는 능력까지. 남녀 모두 그의 목소리를 들으면 신기하게도 최면에 걸린 듯 누가 말하는지도 알아채지 못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알(balls: 남자의 불알과 용기를 뜻하는 말)이 없다.
평범한 뜻은 아니다. 야심은 용기가 상당했다.
그러나 그는 19세기 이스탄불에서도 드문 생물체였다.
환관이었던 것이다.
“오스만 제국은 살아남았네. 모든 것이 변했기에 살아남은 거지. 또 예니체리가 사라졌기에 모든 것이 변했지. 그들은 제국의 기반이었네. 그렇지 않나? 말하자면 유럽식 안장에 올라탄 술탄의 길을 막고 있었던 거야. 이제 군대는 나폴레옹의 병사들처럼 훈련을 받네. 기독교인들이 페라에 주류 가게를 열고, 남자들은 터번 대신 빨간 페즈 모자를 쓰지. 그뿐인가? 예니체리는 도둑질하고 거드름피우고 속 좁은 악당이었지만 시인이고 기술자였네. 적어도 일부는 그랬어. 나름대로 문화가 있었지. 그들 자신보다 더 크고, 그들의 탐욕과 결점보다 더 큰 문화였네.
내가 그런 걸 그리워한다고? 아니, 그래도 애도한다네, 야심. 이 도시에서 애도하는 사람은 나뿐이지. 착하건 악하건 그들은 이 제국의 영혼이니까. 오스만 제국은 그들이 있어서 독특했지. 자랑스럽고 기묘하고, 어떤 면에서는 자유롭고. 예니체리는 오스만 제국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존재와 바람을 일깨워줬지.”
“소방탑에 대해서는 내 추측이 맞는 부분도 있었네. 이미 알고 있는 세 개의 소방탑으로 관계를 만들어봤지. 두개는 아직 남아 있지만 하나는 1826년 화재로 소실되었어. 군인들의 시체가 모두 소방탑 인근에서 발견되었고. 나로서는 네 번째 소방탑을 찾아내야만 했는데, 없더군. 네 번째 탑은 없었어. 하지만 그 유형은 맞는다고 생각하네. 소방탑에는 예니체리군의 흔적이 남아 있어. 이 살인사건들과 마찬가지야. 내 추측이 맞아야만 하네.”
“그럴 수도 있겠군. 하지만 네 번째 탑이 없으면 아무 의미도 없지.”
“내 느낌도 그렇다네. 내가 찾을 수 없었던 소방탑에 대해 다른 무언가가, 다시 말해서 이 세 장소와 소방탑이 아닌 다른 장소를 연결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지 않다면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