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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88992036528
· 쪽수 : 252쪽
· 출판일 : 2007-12-10
책 소개
목차
1. 길을 떠나다
2. 저마다의 장거리
3. 배턴과 랠리
4. 새로운 날개
5. 함께 가는 길
6. 저 바람 속으로
역자후기
리뷰
책속에서
나는 지금도 아사미를 좋아했다. 그 뒤 5년 동안 있었던 가장 큰 사건은 아사미를 만나 함께 시간을 보냈던 것인지도 모른다. 내가 바보였던 탓에 그녀가 떠났지만 여기서 포기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만 포기하지 않으면 추억 같은 걸로 묻혀 버리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그렇게 잘라 말하자 노인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그러고 보면 그럴지도 모르지." 곁에 있는 시바 개를 쓰다듬으며 혼자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개는 그를 똑바로 올려다보고 있었다. 짧은 침묵이 흘렀다. 노인은 개 줄을 고쳐 쥐고 중얼거렸다. "...소년." 소년이라 불린 것은 5년 만이었다. 스무 살이 되었지만 그렇게 불려 기뻤다. "포기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건 분명히 행복한 일일 거다." 아침 햇살 아래, 개는 주인의 기분을 눈치 챈 듯 일어섰다. 걷기 시작한 개를 따라 노인도 다시 걷기 시작했다.
멀어져 가는 그들을 배웅했다. 텐트로 돌아가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문득 뒤를 돌아보았다. 아직 조그맣게 보일 줄 알았더니 노인과 개는 이미 보이지 않았다. 보이는 것은 파도와 모래사장뿐, 마치 파도에 쓸려 사라져 버린 것 같았다. 어쩐지 꿈을 꾼 것 같았다. 잠에서 깼다고 생각한 것은 착각이고, 노인과 이야기한 것도 꿈속에서 있었던 일처럼 느껴졌다. 갑자기 불안해졌다. 아사미도 앞으로 두 번 다시 못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지금 만나지 않으면 앞으로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았다. 애인에게 차이는 것도 소중한 추억이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추억으로 말하자면, 이대로 만나지 못하고 끝나는 편이 지금까지 우리가 함께 쌓아온 추억에게 미안한 일 같았다. 한 번 더 확실하게 차이는 일이 있더라도 얼굴을 보고 차이고 싶었다. 거기까지는 역시 자력으로 가지 않으면 안 된다. 여기서 아사미가 있는 곳까지 자전거로 가겠다고 결심했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