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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92219723
· 쪽수 : 120쪽
· 출판일 : 2017-10-30
책 소개
목차
제1부 황홀한 착지
反轉/ 황홀한 착지/ 수컷들/ 혼돈/ 되살기/ 다섯 끗/ 작심즉불作心卽弗/ 대봉감/ 달콤한 상상/ 천원天元/ 안경/ 어떤 의식儀式/ 나림那林생각/ 이의 있습니다/ 신
제2부 섬진강 시편
평사리 봄밤을 위하여/ 그나마 다행이라는 말/ 섬진강 1 - 노을/ 섬진강 2 - 자진/ 섬진강 3 - 겨울/ 강의 독법/ 노량포구 / 하동포구/ 화심나루 / 호암나루 / 화개나루 / 다시, 평사리 / 개치開峙나루
제3부 미조에서
미조彌\助/ 갯바위/ 합장/ 강화시편 1 - 만중에게/ 강화시편 2 - 홍이포/ 강화시편 3 - 이별/ 노도에서 - 노도/ 노도에서 - 묵즙/ 노도에서 - 꿈/ 노도에서 - 너머
제4부 차밭 법당
차밭 법당 1/ 차밭 법당 2/ 덖기 - 살청/ 비비기 - 유념/ 말리기/ 맛내기 - 加香/ 우리기/ 나누기/ 妙用/ 감로甘露/ 비수/ 섬진강대로 3492
저자소개
책속에서
지난여름의 무더위가 키웠을까
지리산 푸른 바람이 달았을까
저리도 달고 붉게 매달려
지리산 푸른 달빛이
개치나루로 하동포구로 흘러드는
길을 밝히는
가로등이었다가
악양골 인심 좋은 농부들 웃음이었다가
허공을 두리번거리는
까치들 밥이었다가
이 가을을 내 손 안에 통째로 얹히고 마는
아직 달이 뜨지 않은 악양골 어느 누마루에서
보았네 온 골을 밝히는 저 따뜻한 호롱불들.
-[대봉감] 전문
느릿느릿 읽어야 한다
사릿물이 백사장으로 차오르기 전
바닥 모래를 깊이 적시듯 적셔 마침내
물아래로 잠기는 모래밭처럼
느리고 깊게 읽어야 한다
피아골도 잔돌평전도 읽어내야 하며 그들이
쓰다듬은 모든 세월도 반드시 읽어내야 한다
이것저것 나누지 않음도 깊숙이 받아들임도 읽어내야
하는 것이다. 차안과 피안이 그렇고 누군가가 할퀴고 간
무너진 하상도 기억 속에서 불러내 읽어야 한다
소리 없는 것들을 들어야 하고 윤슬의 부대낌도 시리게
필사해야만 한다 저무는 것들이사 일별로 보낸다지만
흐르는 것에는 안겨야 하는 것이다
안겨 같이 흐를 때
제대로 같이 가는 것이다 물이 그려낸 곡선도 유장함도
남으로 길을 잡아 바다로 스며들 때까지, 물에 물을
더한 물에 서린 긴 이야기를 읽어내야만 한다
느릿느릿 오래 깊이 읽어야만 한다.
-[강의 독법] 전문
예서 시작이다
바람도 순해 물길이 순한 하동포구 팔십 리가 시작되는 포구
오늘은 보름사리, 그 밀물에 배를 앉히면 뱃길은 편안할 터
여기서 물길 백 리, 팔십 리는 정감의 거리
초저녁에 하동포구 닿아야만 하동장날 대목을 보고
다른 밀물에 얹혀 화개장터까지 올라야 하는 긴 물길
희게 번득이는 달빛에 젖은 포구는 “노량”하고 불러보면
1598년 장군의 피 묻은 갑옷이 노량바다에 어려
한쪽 가슴이 저려오고 멀리 관음포 불빛만
섬처럼 떠 그날만큼 멀었다
예서 팔십 리
하동포구 팔십 리, 바다를 버리고 강으로 드는 길
오백 리 먼 길을 달려온 섬진강이 남해로 스며드는 포구
그 노량포구에 서면
옛 것의 비린내는 멀어 아득하고
사람들은 순해져 정처를 잃고
나 또한 순해져 문장을 놓치는
그러하니
노량에서는 연필을 꺼내들지 말고
부디 묵념만 하시라.
-[노량포구]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