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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88992263146
· 쪽수 : 320쪽
· 출판일 : 2011-06-05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마침내 캡슐이 땅에 닿았다. 문이 열리고 승객들이 두세 명씩 나오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걸어 나와 각기 다른 방향으로 흩어졌다. 모두들 웃는 얼굴이었다. 그 사람들이 다시 마주칠 일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살림은 그 속에 없었다. 우리는 다음 캡슐을 기다렸고, 그다음 캡슐, 다시 그다음 캡슐까지 기다렸다. 살림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런던 아이가 한 바퀴 도는 30분 동안, 밀폐된 캡슐 안에서 살림은 어디론가, 어떤 방식으로, 지구 위에서 사라져 버렸다.
“나는 병에 걸린 건 아니야.”
“그렇지.”
“바보인 것도 아니고.”
“그건 나도 알아.”
“하지만 나는 정상인도 아니야.”
“그래? 어떤 사람인 거야?”
“뇌는 컴퓨터와 비슷해.” 나는 설명했다. “그런데 나의 뇌 구조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작동하게 되어 있어. 전선이 연결되어 있는 방식도 달라.”
“오, 그렇군.”
“그건 내가 어떤 사실이나 사물이 작용하는 방식에 대해 사고하는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는 의미야. 의사들은 내가 ‘고기능성 자폐 스펙트럼 증후군’이라고 해.”
나는 곰곰이 생각했다. 그때 사람들이 ‘영감’이라고 부는 것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영감이란 어디에서 나오는지 알 수 없는 새로운 생각을 말한다. 옛날 사람들은 신들이나 혹은 신(당신이 다신론자인지 유일신을 믿는 사람인지에 따라 다르다.)이 우리의 머릿속에 불어넣어 주는 생각이 영감이라고 믿었다.
“아홉 번째 가설이 떠올랐어.” 내 손이 저절로 움직이고 있었다.
“이상한 이야기는 안 돼. 외계인이 살림을 우주선으로 납치해 갔다든지, 살림이 차원이 다른 두 세계 사이로 미끄러져 들어갔다든지 또는…….”
“아니, 이상한 이야기가 아니야. 내 생각에 가장 훌륭한 가설인 것 같아.”
하지만 그게 무엇인지 내가 말하기 전에, 전화벨이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