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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88992355285
· 쪽수 : 392쪽
· 출판일 : 2008-05-20
책 소개
목차
서문, 그리고 감사의 글_ 평범하지만 특별했던 그 시절을 기억하며
1. 단순함의 행복
2. 키드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3. 영웅의 탄생
4. 흥분의 시대
5. 재밋거리를 찾아서
6. 훔쳐보고 싶은 속살
7. 우르르 쾅!
8. 로봇을 만드는 학교
9. 일하는 남자
10. 황금빛 추억은 어디에
11. 난 괜찮을까?
12. 우리들만의 놀이터
13. 다 거짓말
14. 이제는 안녕!
옮긴이의 말_ 행복했던 시간들
리뷰
책속에서
어린 시절이 번개처럼 지나간다는 말은 우리 삶에서 잘못 알려진 신화에 불과하다. 키드의 세계에서 시간은 훨씬 느리게 움직인다. 후텁지근한 오후의 교실에서는 시간이 다섯 배쯤 느리게 흐르고, 어떤 자동차로 여행하든 8킬로미터를 넘은 순간부터는 시간이 여덟 배나 느리게 움직인다. 특히 네브래스카나 펜실베이니아처럼 가로로 길쭉한 주를 횡단할 때는 무려 86배까지 치솟는다. 또 생일, 크리스마스, 여름방학 등을 앞둔 주에는 시간이 굼벵이처럼 흘러간다. 따라서 어른의 기준으로 계산할 때 어린 시절은 족히 수십 년은 된다. 오히려 어른의 삶이 눈 깜짝할 새에 끝난다. - 본문 51쪽에서
1950년대를 이끌어가던 사람들이 어떻게 그런 결론에 이르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은 세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것이 우리에게 좋다고 말했다. 식사하기 전의 음주? 많이 마실수록 좋다! 흡연? 두말하면 잔소리다. 담배는 우리를 더 건강하게 해준다! 불안감을 달래주고, 지친 정신을 예민하게 만들어준다. 적어도 당시의 광고에 따르면 그렇다. L&M 담배는 ‘의사들이 즐겨 태우는 담배!’라며, 1960년대까지 담배 광고가 허용되던 <미국의학협회지>에 광고를 하기도 했다. - 본문 47쪽에서
그 폭발로 그들의 집이 무너지거나, 그들이 영원히 귀머거리가 될 수도 있다는 경고는 전혀 없었다. 또 낙진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안내는 더더욱 없었다. 방사능 낙진이 비 오듯 떨어지자 섬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낙진이 뭐로 만들어졌는지 알고 싶어 혀끝으로 맛까지 보았고, 머리에 수북이 내려앉은 낙진을 손으로 털어냈다. - 본문 187쪽에서
어머니는 싱크대 아래에 온갖 단지를 모아두었다. 그중에는 ‘토이티’ 단지로 알려진 것도 있었다. 우리 집에서 ‘토이티’는 ‘오줌’을 뜻했다. 외출를 해야 하는데 공교롭게도 ‘누군가’가 갑자기 오줌을 누고 싶다고 말할 때마다 토이티 단지가 사용됐다. (…)
따라서 어느 날 저녁에 이등분한 복숭아를 또 먹으려고 냉장고를 뒤지다가 우리 모든 식구가 하루 전에 내 오줌을 담았던 단지에서 디저트를 꺼내 먹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내가 얼마나 놀랐고 당황했는지는 누구라도 쉽게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단번에 그 단지를 알아봤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단지에는 조로의 표식을 떠올리게 하는 Z 모양의 상표가 새겨져 있었다. 더구나 내 몸의 소중한 감로수로 단지를 채우면서 내가 기쁜 마음으로 눈여겨봤던 것이 아닌가! (…) 나는 그 단지를 들고 식당 문 쪽으로 가면서 어머니에게 말했다.
“엄마, 이거 토이티 단지인데요.”
어머니는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거침없이 대답했다.
“아니다, 아가야. 토이티는 특별한 단지란다.”
아버지가 재밌다는 표정으로 복숭아를 입에 넣으며 물었다.
“토이티 단지가 뭐니?”
내가 대답했다.
“내가 쉬하는 단지예요. 이게 그거예요.”
“빌리가 단지에 오줌을 눈다고?”
아버지는 약간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좀 전에 입에 넣은 복숭아 반쪽을 씹지도 못했다. 대신 혀에 복숭아를 올려놓고는 단지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듣고 싶어했다.
어머니가 말했다.
“아주 가끔 그럴 뿐이에요.”
(…)
그러나 어머니는 말끝을 흐렸다. 그리고 자포자기한 듯이 덧붙여 말했다.
“어쨌든 깨끗이 헹군 다음에 또 쓴다고요.”
아버지는 벌떡 일어나 부엌으로 성큼성큼 걸어가더니, 쓰레기통 위로 얼굴을 숙이고는 복숭아 반쪽을 떨어뜨렸다. - 본문 35~37쪽에서
선생님들은 정말 이상한 것까지 알고 싶어했다. 그때마다 나는 당혹스럽기만 했다. 예컨대 내가 화장실에 가겠다고 하면, 선생님들은 내게 1번을 할지 2번을 할지 물었다. 내 생각에는 결코 건전하지 않은 호기심이었다. 게다가 1번이나 2번은 우리가 집에서 사용하는 단어가 아니었다. 우리 집에서는 토이티에 간다거나 장운동을 해야겠다고 표현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그냥 “화장실에 간다.”고 말했다. 더구나 공개적으로 떠들면서 화장실에 가지도 않았다. 따라서 화장실에 가겠다고 처음 허락을 얻으려 했을 때, 선생님이 내게 1번을 할지 2번을 할지 물었지만 나는 무슨 뜻인지 짐작조차 못했다.
나는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솔직히 대답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큰 장운동을 하고 싶습니다. 3번이나 4번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탈의실로 보내졌다. 영문도 모른 채 탈의실로 보내진 적도 적지 않았다. - 본문 211~212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