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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92445627
· 쪽수 : 224쪽
· 출판일 : 2016-08-12
책 소개
목차
바다 하늘 바람, 그녀 | 7
바다의 빛 | 39
개의 임무 | 77
어달, 於達 - 탄식함에 이르다, 까마귀와 통하다 | 115
당신이 잠드는 그곳 (작품 해설) | 197
진정한 이야기꾼을 기대하며 (작품 해설) | 218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밤과 새벽 사이의 밤거리를 느릿느릿 걷는다. 창백한 정신병자의 낯빛 같은 묵호역을 슬며시 지나친다. 모자를 눌러쓴 늙고 깡마른 남자가 전조등도 없는 옛날식 짐 자전거를 타고 어디론가 가고 있다. 어깨가 환히 드러나는 원피스를 입은 뚱뚱한 여자가 골목 깊숙한 곳을 비추는 붉은 조명 아래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 쓸쓸한 표정의 청년이 눈부시게 환한 편의점 안에서 멍하니 턱을 괴고 앉아 있다. 텅 빈 거리의 텅 빈 사람들이 느릿느릿 지나쳐 간다.
두 손을 모아 기도한다.
나는 본다. 푸른 핏줄이 돋아난 그녀의 손을, 동그랗게 말린 그녀의 작은 등을, 하얀 침대 시트 위에 쓸쓸히 나뒹구는 그녀의 커다란 머리빗을, 종종걸음으로 버스에 오르는 그녀의 발걸음을, 지하철 창가에 우두커니 서 있는 그녀의 눈동자를 본다.
나는 부른다. 계속해서 그녀를 부른다. 그녀는 답이 없다. 하지만 그녀는 내 주위 어디에나 있다.
“칼싸움! 5.3미터 길이의 낚싯대가 칼처럼 서로 부딪치고, 낚싯 줄이 서로 엉키기 일쑤야. 내가 책에서 읽었는데 말이야. 일본 낚시 명인인지 뭔지가 그렇게 말했다더군. 낚시의 99프로는 내면을 들여다보는 성찰이고 물고기를 잡는 것은 1프로에 불과하다고. 동해 감생이 낚시터에서 이런 말은 개소리야. 치열한 자리싸움이 이어지고, 누군가 감생이라도 한 마리 낚으면, 그 자리에 붉은색 찌가 포탄처럼 이곳저곳에서 날아들기 때문이지. 내면의 성찰은 무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