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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명사에세이 > 기타 명사에세이
· ISBN : 9788992492874
· 쪽수 : 214쪽
· 출판일 : 2010-08-04
책 소개
목차
산탄총과 여자
영원히 씻을 수 없는 이마의 지문에 대하여
꽃과 화살
극적인 국경
돌돔 공방
적군의 얼굴 사진
고독한 창밖을 쓰레기가 날아다니다
인도의 불가사의한 신체
코브라의 독을 마시다
이웃의 이방인
게네레브의 공포
성의 월경
산에 사는 바다의 맛
꽃으로 낚다
아일랜드의 사나운 바다
겨울 하늘에서 채찍 소리를 듣다
비 오는 숲 속의 여자
장미의 기억
불쌍한 해피
엔들리스 카페
지르의 바다
망명자의 배
바람의 마라카스
거초와 싸우는 사나이
부러진 로드
헤밍웨이의 집 1
헤밍웨이의 집 2
시선의 드라마
참으로 멋진 살인
텍사스의 도넛
모터홈 라이프
미국의 무덤
후기
옮긴이의 글
리뷰
책속에서
만약에 나를 마니푸리 족으로 착각한 것이라면 그들이 소수민족을 차별하듯 인도 변두리의 나락에서 나를 부당하게 차별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최초로 허리에서 산탄총을 빼든 것은 바로 그때였다. 카운터 옆의 낡은 등의자에 기대앉아 사뭇 무거운 짐이라도 내려놓듯 지친 표정으로 허리에서 천천히 총을 빼냈다. 그리고 카운터 위에 올려놓았다. 순간 남자들의 표정이 달라진다. 그때나 지금이나 인도는 일본과 마찬가지로 총기 소유를 금지하고 있다. 그들은 그러한 커다란 총을 난생 처음 보았을 것이다. 남자들과 노파의 태도가 급변했다. 남자들은 신기한 듯 산탄총을 어루만졌고, 이런 것을 휴대하고 다니는 나에게 일종의 공포심을 느끼게 된 것처럼 보였다. ―20쪽, 「산탄총과 여자」
다와의 예도 있고 해서 어린 승려들이 대부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야반도주하는 승려는 40대가 압도적이었다. 흥미로웠다. 속세와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람이 늙음을 의식하게 되는 40대는 미혹의 계절이다. 자신의 위치를 옮길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것이다. 그들이 한 번도 본 적 없는 속세로의 회귀를 결심했더라면 40대라는 나이는 마지막 기회처럼 여겨졌을 것이다. 그런 이유로 사원을 뛰쳐나갔다면 ‘인간적’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가련하기도 하고 사랑스럽기도 하다. 그 대신 산을 내려가는 나의 등에는 한 가지 죄가 짊어져 있었다. 다와는 나를 통해 태어나서 처음으로 속인의 냄새를 맡았다. 그리고 견딜 수가 없어서 도망친 게 분명하다. ―29~30쪽, 「꽃과 화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