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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92524421
· 쪽수 : 516쪽
· 출판일 : 2011-10-10
책 소개
목차
보노보의 집 11
6개월 후 501
작가의 글 513
리뷰
책속에서
존과 오즈굿은 비행기 좌석을 배정받고는 다행이라는 눈빛을 주고받았다. 존은 오즈굿과 단둘이 있을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오늘 취재한 내용에 대해 그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지 못했다. 하지만 존에게는 새로운 세계를 경험한 하루였다.
존은 보노보와 서로 주고받는 대화를 했다. 그가 영어로 말하면 보노보들은 수화로 대답했는데, 이는 보노보들이 인간의 두 가지 언어를 사용한다는 의미이므로 더욱 놀라웠다. 그중 본지라는 보노보는 세 가지 언어를 쓰는 것으로 봐도 무방했다. 특수 설계된 그림문자를 사용해 컴퓨터로도 대화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보노보들의 언어가 얼마나 복잡한지 존으로서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구체적인 정보를 음성으로 전달하는 능력을 분명히 보여줬다. 예를 들면 그들은 서로 볼 수 없는 상황에서도 자신이 원하는 요구르트의 맛이나 물건이 숨겨진 장소를 음성으로 전달할 수 있었다.
보노보의 눈을 들여다보면서 존은, 지각력을 가진 지적인 존재가 마주 보고 있다는 사실을 한치도 의심할 수 없었다. 그가 받은 인상은 동물원의 철망을 통해서 볼 때와는 전적으로 달랐다. 그리고 그것은 말로는 설명할 수 없지만 그의 세계관을 근원적으로 흔들어 놓았다.
이사벨은 자신이 아직도 실리아의 문신을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접시로 시선을 옮겼다.
“아냐. 머리가 좀 아파서.”
본지가 복도를 돌아 두 사람에게 다가왔다. 본지에게 업힌 롤라는 작은 손을 어미의 어깨 앞으로 넘겨 깍지를 끼고 있었다.
실리아는 고개를 돌려 소리쳤다.
“본지, 손님한테 키스했니?”
본지는 자랑스럽게 씩 웃더니 발뒤꿈치로 빙 돌았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입술과 볼을 두 번씩 만지고 가슴 앞에서 두 손을 엇갈리며
수화로 말했다.
키스 키스 본지 사랑해.
실리아가 웃으며 물었다.
“그럼 음봉고는? 음봉고도 손님을 좋아했니?”
본지는 잠시 생각하더니 손가락으로 턱 아래를 긁적였다. 그리고 손을 아래로 쓸었다.
더럽게 나빠! 더럽게 나빠!
“음봉고가 손님을 머저리라고 했다고?”
실리아가 다 씻은 접시를 쌓으면서 물었다.
“실리아! 말조심해!”
이사벨이 소리쳤다.
그런 상황만 아니었다면 존은 과거의 실적으로 인정받았을 것이다. 그는 2008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한 동물원의 유인원 우리에서 발생한 화재를 취재하면서 그곳의 총체적 부실을 밝혀냈다. 화재경보기가 고장 났지만 아무도 몰랐고, 사람들이 연기 냄새를 맡았는데도 어떤 조사도 없었으며, 스프링클러 시스템도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보노보 일가족을 포함해 죽은 동물이 총 스물세 마리였다. 일주일 전이 화재 발생 일주년이었는데, 그날 서너 살쯤 되는 어린아이가 담을 기어올랐다가 7미터 아래 고릴라 우리로 떨어지는 사건이 벌어졌다. 그런데 일 년 전 화재에서 질식사로 새끼를 잃고 혼자 살아남은 어미 고릴라가 호기심에 몰려든 다른 고릴라 무리를 헤치고 달려가, 아이를 팔에 안고는 우리 출입문 앞에 있던 동물원 직원에게 건네줬다. 이 놀랍도록 인간적인 행동은 비디오에 찍혀 전국에 방영되었지만 보수적인 언론과 전문가들은 단순한 훈련의 결과라고 깎아내렸다. 하지만 존은 궁금했다. 무엇을 위해 그런 훈련을 시킨단 말인가? 그런 훈련을 하기 위해 동물원 사람들이 고릴라 우리에 인형을 떨어뜨리기라도 했단 말인가? 존은 고릴라가 보여준 행동만큼이나 그들의 보수적인 태도가 불가사의했다. 오직 인간만이 동정심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일까? 그런 주장은 진화와 관련이 있는 것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