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그림자의 약속

사랑의 또 다른 이름, 욕망
열정의 법칙
바다에 대한 마음
빛과 그림자의 약속
바람과 같은 기억
하늘을 나는 물고기

"나는 못 할 것 같아요."
울상을 짓는 내 손을 잡고 선생님은 손가락을 얽었다.
"괜찮아, 지금은 할 수 없다 해도. 나중에라도 꼭, 꼭 한 번 만나줘."
"싫어요. 뵙고 싶지 않아요."
선생님은 마치 어린아이를 보듯이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보았다. 그리고 웃었다.
"고집이 세네. 하지만 난 유키노의 그런 모습도 좋아. 늘 조개처럼 꽉 자신을 닫고 있는 모습. 그래서 열어보고 싶어."
고집이 아니다. 닫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겁쟁이일 뿐이다. 용기가 없을 뿐, 스스로에게 자신감이 없을 뿐. 선생님께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자신에게 있는지 없는지.
그런데 나는 지금 혼자 선생님 댁으로 향하고 있다. 선생님에게 사랑받고 선생님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러 가고 있다. 도대체 어디에 이런 용기가 있었을까. 아니 용기가 아니었다. 나를 선생님 댁으로 일직선으로 향하게 하는 것은 오로지 '선생님이 보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잠깐이라도 좋으니 보고 싶다. 선생님의 시선을 받고 싶다는 마음.

- '바다에 대한 마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