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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문화/예술/인물 > 한국인물
· ISBN : 9788992855518
· 쪽수 : 194쪽
책 소개
목차
추천의 말
펴내는 말
프롤로그
1. 식민지의 아들
조선 놈과 명태는 두들길수록 맛이 좋아진다 | 별이 흐르는 밤 | 식민지의 아들 | 해방이 뭐지?
2. 푸른 청춘의 하릴없는 방황
첼로 연주자가 되고 싶은 소년 | 육십령 고개의 시체 | 우울한 청춘
3. 과거에서 찾은 길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 | 시인의 시시한 시절 | 참빗 장수 | 다시 역사 속으로
4. 민족의 내일을 위해
20년 전의 약속 | 도서관의 터주대감 | 내가 빠지면 그 책은 죽은 책이다 | 침묵하는 세상
5. 들판에 떨어진 한 알의 밀알이 되어
좌절의 나날 | 농부 사학자 | 잔혹의 기록 | 자료와의 전쟁 | 끝나지 않은 항일 투쟁
에필로그
작가의 말
발문
책속에서
누군가 일본말로 신나게 떠들고 있는 종국의 머리통을 탁 내리쳤다. 얼마나 세게 맞았는지 맞은 자리가 화끈화끈 불이라도 붙은 것 같았다.
“너 이놈!”
상투를 튼 할아버지 한 분이 손부채를 들고 불길이 이글거리는 눈으로 종국을 쏘아보고 있었다.
“조선 사람이 조선말을 써야지 왜 왜놈의 말을 쓰는 거냐? 이 정신머리 없는 녀석 같으니라구. 이러니 나라가 망하지.”
나라가 망했다니? 자신이 일본 천황의 백성인 줄로만 알고 있던 종국으로서는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언젠가 종국은 조선 사람이 출판하는 《동양지광》이라는 잡지에서 ‘조선인 스스로가 자진해서 마음속으로부터 일본 국민이 되어버리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었다. 그러니까 지금 조선에는 일본 국민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조선은 망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모양이었다. 어느 쪽이 옳은 것일까. 어른들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봤지만 아무도 속 시원히 대답해 주지 않았다. 그저 공부나 열심히 하라는 말뿐이었다.
“아버지! 아버지!”
종국이 숨이 턱에 찬 소리로 아버지를 부르며 방문을 왈칵 열어젖혔다. 무슨 영문인지 알 리 없는 아버지가 의아한 눈길로 종국을 바라보았다. 종국이 다짜고짜 신문을 내밀며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여기, 아버지 이름이 있습니다.”
아버지는 묵묵히 종국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아들이 일제 강점기에 친일한 작가들을 연구한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부터 각오한 바였다. 신문을 보지 않아도 아버지는 종국을 놀라게 한 기사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자신이 조선의 청년들에게 일본과 ‘천황 폐하’를 위해 전쟁에 나가라고 강연했던 내용일 터였다. 종국의 아버지 임문호는 한때 독립운동에 앞장섰던 천도교가 친일로 돌아섰을 때 천도교의 방침에 따라 친일 행위를 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