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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종교/역학 > 세계의 종교 > 정교회
· ISBN : 9788992941402
· 쪽수 : 222쪽
· 출판일 : 2015-10-03
책 소개
목차
1. 이콘을 향해 눈을 뜨다…
2. 가족사와 지리에 대한 약간의 설명
3. 하늘을 섬기는 종, 나의 아버지
4. 천사들의 무게
5. 모든 사람들과 함께 공유해야 했던 내 아버지
6. 눈물과 신학의 뒤섞임
7. 위대한 신학적 시가(詩歌)
8. 가죽옷, 우리의 참회 의복
9. ‘지상에 세워진 하늘’에서 보낸 어린 시절
10. 내가 태어난 사제관과 내 이웃인 망자들
11. 하늘에서 살아가기
12. 내 선조들이 이 땅에서 겪은 끔찍한 역사
13. 맨발의 사제, 프롤레타리아 성직자
14. 하느님의 필마(匹馬)였던 내 아버지의 고통과 굶주림
15. 아버지가 이단과 교회 묘지 훼손자로 고발된 이유
16. 내 아버지는 육신과 함께 하늘로 올라갔을까?
책속에서
이 세상에서 처음으로 내 눈 앞에 나타난 사람은 바로 나의 아버지였다. 나는 항상 인간적인 기억을 마치 영화 필름처럼 떠올렸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삶의 모든 형상들이 기록된 필름처럼 말이다. 눈은 카메라처럼 목표물을 따라가며 배경에 나타나는 모든 것을 자동적으로 저장한다. 기억은 흥미로운 형상이나 장면만 간직한다. 그리고 필름의 나머지 부분은 불필요한 영상물처럼 망각의 저편에 던져진다. … 그런 내 기억의 필름에서, 내 인생의 첫 번째 이미지, 클로즈업되어 나타나는 하나의 형상, 기억이 소중하게 간직한 것, 시간이 지나도 희미해지기는커녕 놀랍도록 아름답게 채색되는 형상, 그것은 바로 내 아버지의 형상이다.
“사람들이 너의 아버지이고 사제인 나를 ‘내 아버지’라고 부를 때, 질투하면서 우는 대신, 너는 오히려 하느님께서 너에게 큰 호의를 베풀어주신 것을 깨닫고 감사드려야 한단다.” “무슨 호의요?” 나는 물었다. “나는 두 배로 너의 아버지고, 그리고 너는 두 배로 내 아들이기 때문이지. 한 번은 혈육의 아버지고, 또 한 번은 영적인 아버지란 말이다. 다른 아이들은 그들의 아버지를 오직 혈육에 따라 단 한 번 가질 뿐이라는 사실을 생각해보렴.” 그날 나는 오래오래 하느님께 감사드렸다. 산 사람, 죽은 사람, 앞으로 태어날 사람, 이 모든 사람들과 함께 나눠가져야 할 ‘공동의 아버지’를 가졌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 감사는 내가 내 아버지를 두 배로 가졌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내가 한 번도 꿈꿔보지 못한 행복이었다. 참으로 위대한 행복이었다.
할머니도, 몇 번이나 붙잡혀갈 뻔했던 위험을 이 안장 가방 덕분에 모면했다고 한다. 이런 까닭으로 할머니는 그것들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들을 간직한 데는 또 다른 이유가 하나 있었다. 그것은 철로 만든 종들 옆에 여전히 나무로 만든 종을 보존했던 이유와 같은 것이었다. 천 년이 넘는 경험을 통해서, 불행의 시간, 침략, 박해는 몰도바 사람이 이 땅에 살아있는 한 결코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언제든지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사람들은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더 이상 피신처도,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말에 매달고 달려야 할 안장 가방도, 또 나무로 만든 종도 필요 없는 곳은 오직 그들의 참된 조국, 저 높은 하늘 왕국뿐이라는 것을 그들은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