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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문학 > 일본문학
· ISBN : 9788993094152
· 쪽수 : 345쪽
· 출판일 : 2008-07-10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제1부 겉
제1장 기억
제2장 해후
제3장 기묘한 우정
제2부 속
제4장 진실
종장 녹슨 정원
에필로그
리뷰
책속에서
그 방에는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 하지만 내일부터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검은 강물을 바라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물에 뛰어들 생각은 하지 말자. 내가 죽느니 차라리 다른 사람을 밀어 넣자. 자식과 함께 목숨을 끊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금까지도 어떻게든 버텨왔다. 무슨 짓을 해서든 이 아이와 둘이 살아가겠다. 다른 사람을 죽여서라도 살아남고야 말겠다. - 22쪽
전에 엄마에게 들은 이야기가 내내 머릿속에 맴돈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누나의 어머니가 우리를 구해줄 것이다. 누나에게 전화를 건 것은 잠깐 확인해두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인터넷에 올라와 있던 내용대로 누나는 집에 없었다. 그리고 나오 씨도. 첫 단계는 이 정도면 됐다. 다음은 샤쿠지이 공원 역 주변에 있는 병원을 뒤져보자. ‘미디’에 올라와 있던 정보가 맞는다면 나오 씨는 역 근처 병원에 입원해 있을 것이다. 도미노 상속. 한 사람을 거쳐 뜻밖의 사람이 재산을 물려받는 일이 생길 것이다. 때로 현실은 소설보다 기이하다. - 38쪽
마음의 문제였다. 살아가는 게 불안해 겁이 나 견딜 수가 없었던 것이다. 와시자와 고의 유언을 생각했다. 조금 더 일찍 그 유언장을 읽었다면 얼마나 큰 힘이 되었을까. 그 사람은 우리 모녀를 많이 생각해주었다. 그런 사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을 졸이며 살아온 내게는 암흑 속에 비치는 한 줄기 빛이 되었으리라. 하지만 엄마는 그 사람의 손을 잡지 않았다. 어쩌면 그게 정답이었는지도 모른다. 그에게는 부인이 있었으니까. - 58쪽
“와시자와 고의 그림을 세상에 알리고 싶어.”
그의 그림이 묻혀 있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취향을 타는 그림이라는 건 안다. 하지만 한 번이라도 햇살이 드는 밝은 곳으로 내보내 세상의 평가를 묻고 싶다. 그림이라는 것은 여러 사람의 눈길이 머물러야 할 꽃이다. 와시자와 고의 그림에서는 이제 그런 거부하기 힘든 의지까지도 강하게 느껴진다. - 190쪽
“이러니저러니 해도 인간에겐 돈이 무엇보다 중요한 거야. 고 씨는 그런 의미에서는 생활 파탄자였을 거야. 그림을 팔아 버는 돈보다 그림물감 값이 더 많이 들었을 정도니까. 어쨌든 그림을 그릴 때는 돈에 대한 생각은 하지 않았어. 좋은 그림을 그리는 일만 생각했지. 진짜 예술가는 그런 사람을 가리키는 거라고 생각해. 가짜 그림도 그리기 싫어지고 자기 그림도 팔리지 않아, 절망 끝에 죽음을 선택한 건지 모르지.” - 221쪽
잠이 들기 전에 한 가지 의혹이 머릿속을 스쳐갔다. 노자와는 누군가에게 살해당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다. 실종이나 자살이 아니라. 그때 제일 먼저 용의자가 되는 사람은 틀림없이 아빠다. 아빠는 노자와를 둘도 없는 친구라고 했지만 여자가 중간에 끼게 되면 과연 그럴까? 자기 애인에게 임신을 시켰는데 과연 냉정할 수 있을까? 남자의 우정이란 것이 그토록 견고한 걸까? - 27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