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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과학소설(SF) > 외국 과학소설
· ISBN : 9788993094695
· 쪽수 : 384쪽
· 출판일 : 2013-05-30
책 소개
목차
컴퓨터 커넥션 ………07
추천사 | 베스터보다 더 빠르게 _할란 엘리슨 ………362
해설 | 블랙 코미디로 가득한 기괴한 미래 세계, 『컴퓨터 커넥션』 ………371
리뷰
책속에서
우리 모두는 이런 문제를 가지고 있다. 기억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우리 기억은 몸에 그린 그래피티처럼 끈덕지게 들러붙어 있으니까?기억 속의 사건들을 제대로 된 순서에 따라 배열하는 것이 문제다. 이런 걱정 때문에 기록과 일기를 남겨야만 하는 것이다. 나는 우리 단체에서는 아직 갓난아기 단계라서, 여전히 유기적인 분류 체계를 만드는 훈련을 하는 중이다. 가끔 샘 피프스가 어떻게 일을 해나가는지 궁금해질 때가 있다. 그는 단체의 역사가 겸 기록자인데, 한번은 내게 자신의 체계를 설명해주려 했다. 샘에게는 아주 단순한 일이었다. 말하자면 이런 식이다. .A 1/4+(1/2B)2=내가 1936년 9월 16일 먹었던 아침 식사. 잘해보게, 샘.
나는 우리의 불멸성을 설명할 때면 일부러 ‘자극’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요즘은 ‘신경 신호’라고 부르는 모양이지만. 내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는 모두 노화와 죽음을 불러오는 치명적인 분비 물질을 파괴하거나 비활성화하는 동일한 자극을 겪었다. 세포에 이런 치명적 분비물이 누적된 생물은 영원히 살 수 없으며, 모든 생명체는 이런 신진대사 속의 자살 과정을 겪게 된다. 어쩌면 이것이 석판 위를 깨끗이 쓸어버리고 새로 시작하는 자연의 방법일지도 모른다. 나는 인격화 비유를 지극히 즐기는 사람인지라, 자연이 진절머리를 내고는 진행 중이던 쇼를 즉각 중단해버리는 모습을 쉽게 상상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단체의 사람들은 죽음이 피할 수 없는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몸소 증명해 보인 셈이다. 물론 상당히 힘겨운 방법으로. 우리 모두는 자신이 곧 죽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고, 그로 인한 정신적 갈바니 충격으로 세포 내의 노폐물을 전부 떨어버리고 분자인간Molecular Men, 줄여서 몰맨이 되었다. 나중에 더 설명하겠다. 퀴비에의 진화 ‘격변설’의 최신판 이론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가 죽어서 모든 신경세포가 고립되었을 때, 엑스트로의 비트가 추장 안으로 이주 해들어왔어요. 각각의 비트가 뇌세포 하나하나에 자리를 잡은 거예요. 그는 이제 엑스트로고, 엑스트로가 추장이에요. 그를 통해서 말하는 다른 사람 또는 물건의 정체가 바로 엑스트로였던 거예요. 그리고 다른 모든 전자기기들이 그를 통해서 엑스트로에게 말하고, 그를 통해서 엑스트로의 말을 들을 수 있어요. 그래서 우리가 조심해야 하는 거예요. 그들은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고, 우리가 말하는 모든 것을 그쪽으로 보고하거든요. 아마 우리가 생각하는 것조차도.”
예전에 게스가 악마에 들렸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문제는 그게 틀린 생각이었다는 것이다. 나는 그걸 열정의 결과물로 치부했다. 컴퓨터에 열정이란 없다. 제대로 프로그램되었다면 그저 냉혹한 논리만이 존재할 뿐이다. 그러나 다른 문제가 있다. 만약 피의 말이 맞고 엑스트로가, 그리고 덤으로 세계의 모든 전자기기가 게스에게 빙의되었다면, 이런 공생, 협력, 공존, 또는 (가장 유력하게는) 기생 관계를 통해 대체 어떤 결과물이 나올 것인가? 누가 누구에게 기생하고 있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