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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과학소설(SF) > 외국 과학소설
· ISBN : 9788993094725
· 쪽수 : 528쪽
· 출판일 : 2016-10-20
책 소개
목차
배리 랭퍼드 서문
제1장 종말의 시작
제2장 트리피드의 출현
제3장 시력을 상실한 도시
제4장 다가오는 그림자
제5장 한밤중의 불빛
제6장 생존자들과의 만남
제7장 생존자들의 회의
제8장 노예 신세가 되다
제9장 전염병과 피난
제10장 틴셤 장원
제11장 계속 나아가다
제12장 막다른 곳
제13장 희망을 품고서
제14장 셔닝 농장
제15장 줄어드는 세계
제16장 외부와의 접촉
제17장 전략적 후퇴
해설 | ‘아늑한 파국’으로 묘파한 현대인의 불안 심리
리뷰
책속에서
여러분이 수요일로 알고 있는 날이 마치 일요일과 같은 소리로 시작되었다고 치자. 그렇다면 어딘가에서 뭔가가 단단히 잘못되었다고 봐야 맞는다.
나는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그렇다고 느꼈다. 하지만 좀 더 정신이 명료하게 돌아가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도리어 의구심이 들었다. 어쨌거나 뭔가가 잘못되었다고 치면, 남보다는 오히려 내 쪽이 잘못되었을 가능성이 더 컸다. 그래도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한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 곧이어 또 다른 시계가 크고도 뚜렷한 종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 시계는 논란의 여지가 없는 8시를 느긋한 태도로 알렸다. 곧이어 나는 상황이 섬뜩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이 식물이 육식성이라는 것, 즉 그놈의 꽃받침에 붙잡힌 파리라든지 기타 곤충들이 결국 그 안의 끈적끈적한 물질에 의해 소화된다는 것이 알려지자 사람들은 깜짝 놀랐고, 약간은 혐오감을 느꼈다. 온대에 사는 우리도 식충 식물에 관해 아주 모르지는 않았지만, 특수 온실 밖에서 그놈들을 발견하는 데에는 익숙하지가 않았기에, 우리로선 그놈들을 뭔가 약간은 거북스럽다고, 또는 최소한 부적절하다고 여기는 경향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정말로 경악할 만한 발견은 따로 있었으니, 그건 바로 트리피드가 줄기 끝에 달린 나선형 가지를 뻗으면 무려 길이 3미터의 가늘고 독침 달린 무기가 된다는 사실, 그리고 거기서 분출되는 독으로 말하자면 맨살에 정통으로 맞을 경우에는 사람도 너끈히 죽일 만하다는 사실이었다.
내가 이전까지 한 번도 떠올려 보지 못한, 그러나 이제야 떠올린 생각이 하나 있었는데, 그건 바로 인간 두뇌의 존재가 인간의 우월함을 곧바로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는 거였다(물론 대부분의 책에서는 마치 그렇게 보장해 주는 것처럼 오해를 부추기고 있지만 말이다). 오히려 인간의 우월함이란, 소폭의 가시광선을 통해 두뇌에 전달되는 정보를 이용할 수 있는 두뇌의 능력이었다. 인간의 문명, 즉 인간이 달성한 것과 장차 달성할 것들의 총체 역시, 빨간색에서 보라색에 이르는 진동의 폭을 인식하는 인간의 능력에 달려 있는 셈이다. 이런 능력이 없다면, 인간은 패배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