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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93285697
· 쪽수 : 168쪽
· 출판일 : 2009-02-18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시간이 원으로 되어 있는 세계에서는 악수와 입맞춤, 출생, 말 등 모든 것이 정확하게 그대로 되풀이된다. 친구와 절교하는 순간도, 돈 문제로 가정에 파탄이 일어나는 시간도, 부부간에 주고받는 가시 돋친 입씨름도, 윗사람의 시기심 때문에 번번이 막히는 승진의 기회도, 지키지 않는 모든 약속도 마찬가지다. - 11쪽 중에서
이런 사람들은 기계시간이라는 것에 대한 관념을 비웃는다. 이들은 시간이 발작하듯 움직인다는 것을 안다. 다친 아이를 바삐 병원으로 데리고 갈 때나 이웃의 원망하는 눈초리를 받을 때는 등짝에 천근 짐을 진 것처럼 시간이 더디 간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친구들과 즐겁게 식사를 할 때라든가 갈채를 받을 때 혹은 숨겨둔 연인의 팔에 안겨 누워 있을 때에는 시간이 시야를 가로질러 쏜살처럼 달아난다는 것도 안다. - 23쪽 중에서
시간이 절대적인 세계는 위안거리가 있는 세계다. 사람들의 움직임을 내다볼 수는 없지만 시간의 움직임은 내다볼 수 있으니까. 사람들을 의심할 수는 있어도 시간을 의심할 수는 없으니까. 사람들이 생각에 잠겨 있을 사이에도 시간은 뒤돌아보는 법 없이 앞으로 미끄러져 나아간다. 찻집에서도, 정부 관청에서도, 제네바 호수에 떠 있는 배에서도 사람들은 시계를 들여다보며 시간 속에서 위안을 얻는다. 자기가 태어난 순간이, 첫 걸음마를 한 순간이, 첫 열정의 순간이, 부모에게 작별을 한 순간이 어딘가 기록되어 있다는 것을 저마다 알고 있는 것이다. - 33쪽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