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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93342994
· 쪽수 : 116쪽
· 출판일 : 2020-04-17
책 소개
목차
서문 7
시무룩한 눈 16
가까운 듯 먼 속눈썹 18
홀대받는 코 20
나비를 품은 입술 22
입의 성공 신화 24
맛의 지휘자 혀 26
영혼의 입영소 성대 28
치열한 조직 치아 30
음미하는 침 32
개척자 눈썹 33
해명에 나선 얼굴 36
나인 듯한 너 주름살 38
과거를 담는 머리카락 40
뇌의 푸념 42
정체성 잃은 해마 44
감정 몰입자 뾰루지 46
교량자 뇌량 47
퇴보하는 편도체 48
시지프스의 귀 50
명상하는 턱 52
궤도 속 이석 54
양날의 검을 지닌 목 55
척추의 연설 58
나무꾼의 어깨 60
가장 먼저 만들어져 가장이 된, 심장 62
터줏대감 갈비뼈 65
바벨탑 동맥 정맥 66
열정 품은 횡경막 68
배설하라 콩팥처럼 69
팔자가 센 간 70
몸의 옹이 배꼽 72
부드러운 개입자 팔꿈치 74
나그네 손등 76
집착 손톱 77
굳세어라 엄지 78
버림의 실천 땀구멍 80
더불어 사는 털 82
이어달리기 공간 자궁 84
엉덩이로 이름쓰기 88
연골 연화(連和) 92
구원자 아킬레스건 94
지문은 그대의 별자리 96
재판장에 선 뉴런 97
신경계는 투우장의 들소다 98
메신저 잠 100
자만하는 DNA 102
영웅이 된 흉터 104
철학자 그림자 105
발등은 잣대다 106
존재들이 묻는다면 108
지구 생명체 발자국 110
신비주의자 유전자 112
굳어져가는 발바닥 113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시무룩한 눈
고백하건데
나는 쓸모없는 존재다
대상을 보는 시력은 있으나
현상을 꿰뚫어 보는 통찰은 없다
사람을 알아보고 인사할 수는 있으나
그 인연이 맺어진 이유는 볼 수 없다
상대 얼굴을 보고 나이를 가늠할 수는 있으나
세월 속 경험으로부터 온 내공은 볼 수 없다
사물의 용도를 식별할 수는 있으나
그것을 탄생시킨 숱한 노고는 볼 수 없다
펼쳐진 산과 강의 풍경에 감탄할 수는 있으나
그 속에 연결된 자연의 섭리는 볼 수 없다
일출과 일몰의 경관을 만끽할 수는 있으나
그 사이에 존재하는 시간은 볼 수 없다
발전하는 과학 기술에 감탄할 수는 있으나
인류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는 볼 수 없다
하늘, 별, 달, 구름을 바라볼 수는 있으나
온 만물을 다스리는 신은 볼 수 없다
고백하건데
나는 쓸모없는 존재다
나비를 품은 입술
1
양 입술 날개를 퍼덕인다
음성을 싣는 쉼없는 자유비행이다
날개를 터는 데 온정신이 팔린다
그 소리짓으로 생길 파동도 모른 채
이따금 침묵의 애벌레 시절이 그립다
묵묵히 때를 기다린 차분함의 통찰이 허락된
양 입술을 털어 생긴 나비 효과를 본다
뿌듯함이 밀려올 때도 자책감이 파고들 때도
요란한 날갯짓에 비로소 해방되고자 한다
다가올 파동을 감지할 직관적 비상을 꿈꾼다
2
고고한 관능미는 나방에 비할 바가 아니다
도도한 입꼬리는 곧추세운 날개의 기품같고
윗입술 큐피트의 활 모양새는 에로스의 정점이다
날개의 형형색색 자태로 짝을 찾는 나비처럼
모세혈관의 붉은 뜨거움으로 상대를 부른다
스치듯 만났다 떨어지며 서로를 애무한다
한 쌍이 만나 밀월여행을 떠나는 나비처럼
말이 필요 없는 두 사람만의 현란한 춤이다
파고드는 촉감과 떨림으로 미묘히 교미한다
과거를 담는 머리카락
머리카락은 뿌리를 두고 있다
쉽게 자를 수 없는 연緣이다
젊은 날의 풍성한 숱한 인연이
우리 삶 속에 그렇게 심어져 있다
모낭에서 발모와 탈모를 반복하듯
삶 속에 만남과 헤어짐이 공존한다
죽은 세포들로 길게 연결된 털이
윤기를 내며 생동감을 발휘하듯
과거가 된 인연들과의 추억이
그대 삶을 풍요롭게 해준다
미련없이 빠지는 머리카락처럼
자취없이 스쳐가는 인연들
세월이 흘러 쉬 느껴지는 휑함
본래 머리카락은 무명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