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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93481358
· 쪽수 : 120쪽
· 출판일 : 2009-09-30
책 소개
목차
1부 관목나무 숲에서
부러진 사다리가 있는 저녁
막걸리집 미자씨
미안하다 얘들아
비 내리는 날의 소사
늙은 개
석호
바지랑대
관목나무 숲에서
오릭스호號에서의 일주일
와카나이항港, 11월과 12월 사이
긍정의 힘
폭설 내리는 밤
이모부가 돌아가셨다
집의 울음소리 듣는 그믐밤
꽃패
2부 시장에서 보낸 한 철
국밥집에서
시장 기름집
시장에서 보낸 한 철
곰치국을 마시며
칼자루 쥐는 법
신촌, 열한 시 삼십오 분
쌕쓰
소외
시니컬을 말하는 당신에게
아버지의 자본론
쑥갓꽃
북평 장날 만난 체 게바라
동백꽃 피고 지는 사이
삼보장 여관
3부 생각을 찍다
산책길7
어느 늦은 봄밤
안묵호
수령 이백오십 년 된 느티나무
장지에서
아슬한 말
영은사
정동진에 관한 몇 가지 기억
생각을 찍다
도계 어느 하루의 기억
서화리 벚나무
섯!
오래된 집 처마 끝에서
4부 슬픔의 기원起源
바람에 관한 묵상
왼쪽으로 휘어진 소나무를 보다
천변연가
그런 날 있었는지
당신에게 말을 한다는 것은
만큼
불편
불혹
슬픔의 기원
도형의 몰락
11월의 창
곁
해설/이승하-구체적인 묘사를 통해 보여주는 리얼리즘 정신과 시의 힘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북평 장날 만난 체 게바라
삼복 처서 다 지나 미쳐 달아오른 날, 묵밥집 앞을 지나다 보았다. 바다를 건너온 바람이 강단 없이 쓰러진 장(場)판 한 귀퉁이, 낡은 철재 옷걸이에 걸려 슬픈 꿈처럼 흔들리던 에르네스토 게바라 데 라 세르나, 군화도 신지 않은 채 총도 없이 색 바랜 티셔츠들 중 제일 앞에 내걸린 그는 여전히 대장이었다. 얼굴 가득 소금기 머금은 초로의 여인이 가르쳐준 그의 이름은 만 오천 원이었다. 그녀의 얼굴에서 그의 얼굴 위로 몇 방울 땀들이 또옥 똑 떨어져 눈물처럼 번져가는 뜨끈한 오후, 날염된 그의 얼굴을 몇 번이나 만지작댔다. 나의 호주머니는 곤궁했으므로……, 엄지와 검지에 침을 바른 그녀가 말없이 검은 비닐봉지 아가리를 벌려 그를 포개 넣었다. 공손히 두 손으로 그것을 받아들었을 때 그녀는 그의 새 이름을 나지막이 말해주었다. 만 이천 원이라 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아바나, 평양, 이름 모를 볼리비아 어느 숲을 지나 거대한 마트에 짓눌려 몰락한 오일장 판에서 아직도 그는 가난한 자들의 식지 않은 밥 덩어리였다. 식은 밥 덩어리인 나와 꼭 같은 서른아홉이 그의 생물학적 수명이었다. 돌아오는 내내 비닐봉지를 든 왼쪽 어깨가 뻐근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