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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93489163
· 쪽수 : 362쪽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첫 번째 작가의 말
그녀가 직접 쓴, 두 번째 프롤로그
프러포즈 25
싱가포르의 밤 55
소년의 고백 115
귀국 131
반전[反轉] 165
다시 반전 207
미안해요 249
안녕 노벰버 295
편지 333
에필로그, 두 번째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나를 사랑해요?
그이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예스를 내놓았다. 내가 물었다. 바보 같은 질문인 줄 알면서도.
-오빠가 생각하는 내 장점 세 가지만 얘기해줘요.
그이는 준비라도 해 놓은 사람처럼 머뭇거리지 않고 말했다.
-먼저, 너는 타인에게 따뜻해.
-아닌데. 나 많이 냉소적인 사람이에요. 때로는 비관적이기도 하고.
-설령 너의 마음속으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다른 사람을 대하는 태도는 상냥하고 부드러워. 또 너는 꿈을 꾸고 있어서 좋아. 작가로서의 꿈 말이야. 니가 가끔 써주는 카드나 편지를 읽다 보면 글을 참 잘 쓰는구나 싶어. 결혼해서도 그 꿈을 이뤄주기 위해 내가 도와줄게. 그리고 마지막으로, 너는 허영심이 없어. 사치스럽지도 않고.
-그래서 나를 사랑해요?
-나에게 딱 맞는 사람이야. 천생연분이라는 말을 이럴 때 써야 하나? 하하하.
감히 그의 사랑에 대해서 왈가왈부하지는 않겠다. 다만 내가 그에게 떨림과 흥분을 느끼지 못한다는 사실은 움직이지 못하는 진실이었다. 더 늦기 전에 되돌려야 할까? 일단 그이에게 내 마음을 솔직히 전해야 한다. 이미 결혼식장을 잡고 가까운 친지 친구들에게는 결혼 사실을 전했지만 청첩장을 돌리기 전에라도 ‘불안한 결혼’을 막아야 하겠지?
“나는 두렵지 않다. 다쳐도 좋고 버려져도 좋다. 죽을 만큼 사랑한 누군가를 만난다는 행운에 비하면 그런 부작용쯤은 아무것도 아니지 않은가? 오늘 밤도 별이 많다. 언젠가는 밤하늘 아래 별빛보다 더 빛나는 내 사랑의 눈을 보며 행복해하는 날이 오기를.”
“쇼팽이에요.”
그렇게 말하는 희준의 목소리가 떨렸다.
“쇼팽의 야상곡. 그중에서 20번.”
“그렇구나. 매번 들으면서도 누구 곡인지 몇 번인지 그런 건 몰랐어.”
“중요하지 않아요. 멜로디를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죠. 결국 우리 인생은 기억의 무덤이잖아요.”
“갑자기 왜 진지해지고 그래?”
“쇼팽의 야상곡도 제 이야기의 일부니까요. 이 연주, 제가 미리 부탁했어요.”
그는 피아노 음률처럼 섬세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