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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93506075
· 쪽수 : 216쪽
· 출판일 : 2009-04-18
책 소개
목차
목차
펴내는 글-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눈물이 절반이다
김영태/수필드림팀 회장
어머니를 준 남자
1. 아버지는 부재중· 강경자 | 11
2. 그날이오면· 김명숙 | 21
3. 오일장과 아버지· 장은초 | 29
4. 그날의 향기· 임영숙 | 37
5. 여우별· 이승훈 | 45
6. ‘사거랑, 사거랑’댓잎 우는 소리· 박래여| 53
7. 호랑이 그리고 또 호랑이· 김영태 | 61
8. 새벽운무· 김언홍 | 69
9. 선고(先考) 제일(祭日)의 소회· 한판암 | 75
10. 찢어진 사진 한 장 남지 않고· 김성보 | 85
11. 아버지의 유산· 김지영 | 97
12. ‘달빛’아래 손을 내밀다· 고현숙 | 109
13. 아버지삼대· 장석영 | 119
14. 생각하면 눈물 글썽이는· 이지영 | 125
15. 송아지의 성인식· 전대선 | 133
16. 항아리의 비밀· 이기순 | 141
17. 아버님의 걸음· 김호인| 151
18. 아버지와 어머니· 홍지아 | 161
19. 아빠와 아버지· 김창애 | 167
20. 너를 어찌 잊을까· 정지암 | 177
제5회 독후감 공모전 당선작
심사평: 음식 맛은 손맛이다 / 김영태 | 189
금상 : 행복하기로 마음먹기 / 지용기 | 194
은상 : 인연과 연인이 되고, 연인과 인연이 되는‘순간’/ 유지영 | 200
동상1: 바보 온달에게 가는 길 / 이정화 | 205
동상2: 스물 둘 / 천현주 | 210
저자소개
책속에서
… … 아들과 함께 먼 길을 떠난다.
나는 아들을 의지하고 아들은 나를 위해 목숨을 담보하는 험난하고 긴 여행이라 어쩌면 돌아올 수 없다는 방정맞은 생각이 들어 발걸음이 무거웠다. 아들은 침착하고 덤덤한 표정을 지었지만, 나는 아들을 노예시장에 팔러 가는 비정하고 뻔뻔한 아비가 되어 버렸다. -중략-
내년의 봄은 기대할 수 없으니 지금의 봄은 조금 더 오래 머물다 갔으면 싶었다. 어느 시인은 봄을 붙잡으려면 먼저 꽃을 머무르게 해야 한다지만 바람이 그냥 두지 않는다. 그렇다고 바람을 탓할 수야 없지 않은가. 내 생명의 꽃송이를 언제 떨어뜨려 버릴지 하루해가 짧기도 하고 길기도 하였다. 의사가 한 말을 아내가 아들에게 전한 모양이었다.
아들이 즉시 이식수술 준비를 하자며 채근했지만 나는 한마디로 거부하고 말았다. 살만큼 살았는데 우유같이 희고 부드러운 자식의 배를 가르고 생살을 잘라 내가 산들 행복해질 수 있겠는가. 그러나 사흘이 지나기 전에 내 언행이 위선이라는 걸 알았다. 죽음을 의연하게 맞이하자는 작심을 하였건만 조금 더 살고 싶다는 욕망이 굼틀거렸다. 아들이 권하는 대로 묵묵히 따를 일이지 괜히 객기를 부린 것 같아 후회가 되었다. 죽음이란 균이 생살을 야금야금 갉아먹는다 생각하니 더욱 살고 싶다는 늪으로 빠져들었다. 자식을 제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아비의 마음과 어떻게 하든 조금 더 살고 싶다는 본능이 하루에도 골백번은 더 변덕을 부렸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 말에 시나브로 포로가 되었다. 아내가 외출한 텅 빈집에 넋을 놓고 우두커니 앉았으면 뚜렷한 이유 없이 눈물이 났다. 애간장을 녹이는 산비둘기 울음소리만 들어도, 뜬구름 사이의 낮달을 보아도, 멀리서 개 짖는 소리만 들려도 눈물이 났다.
봄바람은 꽃을 거두어 멀리 떠나버리고 어느새 장마철이 되었는지 추적추적 비가 오는 날이 많아졌다. 그즈음 나는 지독한 우울증과 신경쇠약으로 불면증에 시달려 몸은 피골이 상접하였고, 정신은 혼란하여 가끔 헛것을 보고 넋을 놓곤 하였다. 장마가 끝나고 무더위가 시작될 무렵 아들에게 연락이 왔다. 수술 절차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으니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것이다. 그동안 아들은 의사의 지시대로 체중 5킬로 이상을 줄였다. 행여 수술시기를 놓칠세라 짧은 기간에 체중을 줄이고자 금연 금주는 물론, 극기 훈련을 방불케 하는 모진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이번엔 사양하지 않고 대답도 하지 않았다.
불감청고소원(不敢請固所願:간절히 원하지만 속마음을 드러내지 못함) 이었다.
조금 더 솔직히 말하면 사양은커녕 살고 싶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염치가 없어 입을 다물었다. 아들의 얼굴이 핼쑥해질 무렵 수술 날짜가 잡혔다. - 정지암 수필가의 ‘너를 어찌 잊을까’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