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56340751
· 쪽수 : 194쪽
· 출판일 : 2015-04-30
책 소개
목차
1
엄마한테 데려다 줄게
너를 들이지 못하는 까닭
너를 어찌 잊으리
해피 바이러스
그래서 우리는 함께 합니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반려(伴侶)의 삶
함께여서 좋아요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쿵이
그러니까 그때
꽃비 이야기
셋이 손잡고
새는 날아가고
2
복구의 추억 2
할머니가 점지해 주신 늦둥이
커피 한 잔의 행복
새들의 휴가
게리 가족을 부탁해
눈물의 피어싱
반려견 장의사
햇살곱고 바람부는 날이면
노모를 찾아온 고양이
아가야
그리움과 고마움
고양이보다 못한
버려진 겨울이
저자소개
책속에서
그런데 녀석이 사라졌다. 족발 뼈다귀를 주고 돌아선지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은 시간동안에 벌어진 일이다. 걷는 것조차 힘에 부쳐 웅크리고 있는 것이 하루 일과가 되어버린 녀석이 어떻게, 대체 어디로 갔단 말인가. 가게 안은 물론이고 혹시나 싶어 잘 나가지 않는 가게 옆 텃밭 쪽도 샅샅이 살폈지만 없다. 커다란 바위 두 개를 힘주어 올라야만 갈 수 있는 뒷산으로 가는 가파른 그곳에도 없고, 십 여 미터 아래 도로 주변 그 어디에도 없다. 인적이 드물어 붙잡고 물어볼 누구도 없으니 목이 터지라 녀석의 이름을 부르며 근처를 해매는 것 말고는 할 게 없어 암담할 뿐이었다. 밤이면 야생동물도 내려온다는데 가뜩이나 겁 많은 녀석이 어찌 밤을 보내는지, 날은 점점 추워지는데… 우린 아직 널 보낼 준비가 덜 되었는데….
병원에서 되돌아온 녀석과 한 달을 더 함께 하고, 그렇게 녀석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지 넉 달이 지났다. 13년을 함께 산 녀석의 실종은 우리 가슴에 멍울이 되었다. 자신의 죽음을 주인에게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은’이라고 녀석도 그리 생각한 것일까? 어쩌면 그때 보냈어야 옳았던 건 아닐까? 해답 없는 물음만 가득한 채 본격적인 겨울이 속절없이 시작되고 있었다. 녀석이 사라진 후 남편이 매일이다시피 오르는 뒷산은 등산의 목적이 아닌 녀석 찾기가 되어갔다. 그 넓은 산을 헤집는다고 어찌 녀석을 찾을 수 있을까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편치 않은 날의 연속이니‘ 운동 삼아’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남편의 속내를 어찌 모를까.
산에 다녀오겠다며 여느 때처럼 집을 나선 남편이 채 몇 분이 안 되어 다시 돌아왔다. 낯빛이 굳어있어 무슨 일이냐 물으니 녀석이 저기 있단다. 저기라니, 침실로 쓰고 있는 2층 방 창문에서 보면 불과 5미터 남짓한 거리요. 하루가 멀다 하고 산으로 오르는 남편이 수시로 지나는 길목이 아니던가. 아니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녀석이 어떻게 이 가파른 곳을 올라왔으며, 또 그렇게 오르내리며 찾아도 없던 녀석이 이렇게 불과 5미터 남짓한 오솔길 한복판에서 꽁꽁 얼어있단 말인가. 입혀준 옷은 어데 가고 세트인 목도리만 남아 녀석의 체온을 지켰는가. 머리가 집 쪽으로 향한걸 보니 녀석이 집에 오려고 얼마나 버둥거렸을지 눈에 선하여‘ 아이고, 이놈아….’ 통곡이 절로 나왔다.
내 목도리를 풀어 관 아래에 깔고 너의 몸이 바스라지지 않게 조심히 들어 그 위에 눕힌다. 앙상하게 마른 채 얼어버린 머리며, 몸 앞발 뒷발을 쓸어주고 너에게 작별인사를 한다. “제일 명랑한 녀석으로 주세요.”란 내 주문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덜렁 너를 들어 내 품에 안겨준 수의사의 말처럼 너는 참 밝고 활달한 녀석이었어. 두 달도 채 되지 않은 너를 내가 제일 먼저 받아 안았기에 나를 가장 따르고 믿었었지. 생각해보면 가장 우울했던 시기에 내게로 와서 아주 오랜 시간 위로가 되고 웃음이 되어주었어.
“고맙다 주주야. 잘 가 주주야. 사랑해 주주야.” 볕 잘 드는 커다란 나무 아래 너를 묻으며, 그래도 너를 찾아 이렇게 내 손으로 묻었으니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이냐고, 이 엄마 아주 씩씩하게 너와 작별을 했지. 그리고 8년이 지난 지금도 너는 내 책상위에서, 또 휴대폰 속에서 그때의 앙증맞은 모습 그대로 여전히 나를 미소짓게 하는데 어찌 너를 잊으리. 내 어찌 너를 잊으리. 이 엄마는 여전히 네가 아주 많이 보고 싶구나!
-‘너를 어찌 잊으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