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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93525380
· 쪽수 : 160쪽
· 출판일 : 2016-10-27
책 소개
목차
제1부 내 사랑 야옹이
(1) 58세에 이룬 전원생활의 꿈 --- 8
(2) 야옹이, 우리 집 식구가 되다 --- 17
(3) 야옹이 음독자살 미수 사건 --- 23
(4) 우와~ 일 년에 새끼가 무려 열한 마리? --- 30
(5) 꼬맹이 이야기 --- 37
(6) 호기심 천국 야옹이의 하루 --- 44
(7) 야옹아, 꼬맹이 죽었어 --- 51
(8)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모두 착하다 --- 58
제2부 야옹이 사진 베스트 16
제3부 아내가 기가 막혀
(9) 엄마에 대한 추억: 앙꼬 빵 네 개 --- 82
(10) 초등학교 42개월, 중학교 6개월, 고등학교 8개월 그리고 대학에 간 이야기 --- 89
(11)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말라. 세월이 해결해 준다 --- 99
(12) 하얏트호텔 로비의 키스 소리 --- 108
(13) 대한민국은 더 여성친화적인 나라가 되어야 한다 --- 117
(14) 아내가 기가 막혀! 부부싸움의 90%는 돈 문제이다 --- 126
(15) 자녀교육 80:20의 법칙 --- 134
(16) 이별연습: 은혜를 다 갚고 떠나야 하는데 --- 142
책을 마치며 --- 149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70살 가까이나 된 듯한 그분을 나는 평소에 수의사로만 알았다. 동물병원을 가면 언제나 하얀 가운을 입고 이런저런 것들을 팔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분은 야옹이를 이리저리 보더니 아무래도 죽을 것 같다면서 청평의 동물병원으로 가 보라고 했다. 거기 가면 젊은 수의사가 있으니 가서 보여 보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자기는 수의사가 아니라는 고백까지도 했다.
다시 차를 몰고 시속 100km의 속도로 청평으로 향했다. 뒷좌석에서는 연신 야옹이의 고통에 찬 신음소리와 아내의 안타까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야옹이 죽나 봐. 불쌍해서 어쩜 좋아. 여보, 좀 빨리 가요.”
야옹이는 밤에 잠을 잘 때도 나와 한 침대에서 잔다. 잠을 자다가 손을 뻗으면 내 손에 야옹이의 따사로운 체온이 느껴진다. 2층 사무실 책상 컴퓨터 앞에서 일을 할 때조차도 녀석은 내 곁을 떠나지 않는다. 자판 위를 돌아다니기도 하고 어떤 때는 일하고 있는 내 어깨 위에 앉아 있기도 하다. 그뿐만이 아니다. 녀석은 내가 소파에 앉아서 TV를 보고 있노라면 어느 사이에 내 뒤로 와서 목덜미 쪽에 앉아 있다.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만 같다.
“주인님, 여기 제 등 위에 목을 기대세요.”
냄새의 진원지를 쫓아가 보니 뜻밖에도 개장 근처에서 나는 게 아닌가. 꼬맹이 녀석이 밖에 나가서 똥통에 빠져서 돌아온 것이었다. 야옹이가 잔뜩 놀란 표정으로 야옹~ 야옹~ 대면서 개장 주변을 빙빙 돌고 있었다. 꼭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아이, 오빠 더러워. 도대체 이게 뭐야!”
꼬맹이는 우리 집에 와서 함께 사는 7년 동안 목줄이라는 걸 모르고 살았다. 항상 자유의 몸으로 가고 싶은 곳 어디든지 쏘다니다가 들어오고 싶을 때에 왔다. 언젠가는 나흘 만에 집에 돌아 온 적도 있었다. 집에 오는 사람들마다 모두 꼬맹이가 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강아지일 것이라고 말하곤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리곤 한다.
“그래, 잘 가라 꼬맹아! 네가 있어서 우리도 지난 몇 년간 정말 행복했단다.”
한여름에 갈곳리부터 선산이 있는 아버지의 고향동네 동탄면 방아다리까지 15리길을 울면서 상여 뒤를 따라갔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고향동네 모두가 동탄2기 신도시에 편입되어서 흔적조차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논길 밭길을 꾸불꾸불 상여가 앞서 나갔고 당시 아홉 살이었던 나는 울며불며 그 뒤를 따라갔다. 그때 나는 무엇 때문에 울었을까? 엄마 드시라고 사온 앙꼬 빵을 혼자서 날름날름 몽땅 집어먹은 데 대한 후회 때문이었을까? 이제는 엄마의 젖을 다시는 만지지 못한다는 아쉬움 때문이었을까?
한번은 머슴 살던 집에서부터 동탄면 사촌 집을 다녀오는 일이 있었다. 하루를 동탄에서 자고 다음 날 저녁 병점의 머슴살이 하는 집까지 돌아오는데 한여름인지라 길옆의 논에서는 개구리들이 죽어라고 울어댔다. 먼 훗날 ‘서편제’라는 영화를 보면서 그때 까마득한 옛날 아버지는 앞서고 나는 뒤서고 하면서 논둑길을 걸어갈 때가 생각나서 펑펑 울었던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으로 어이없고 허망한 사건들이다. 그리고 내가 일생을 살아오면서 타산지석으로 삼고 있는 애석한 사건들이다. 지금 누가 판탈롱바지를 입기나 하는가? 그 처녀의 부모도 평생 두고두고 땅을 치며 후회할 것이다. 그때 딸이 사 달라고 할 때 사 줄 것을, 그깟 돈 몇 푼 때문에 딸아이를 시집도 못 보내고 죽게 만들다니 하고 말이다. 진흥기업 동기는 또 어떠한가? 우리 대리들은 그 다음 해에, 그리고 다음 다음 해에 모두 과장으로 진급하였다. 그리고 그 후 귀국하여 모두 뿔뿔이 흩어졌다. 그 사건 후 10년 정도가 지났을 때 그때까지도 진흥기업에 근무하는 동기들은 거의 없었다.
“저렇게 뚱뚱한 여자도 있네.”
“우와~ 엄청나다!”
그때만 해도 한국에는 뚱뚱한 사람들이 별로 없을 때였다. 그래서 그렇게 뚱뚱한 사람들을 보면 사람들이 수군거리곤 했다. 지금은 많이 변했다. 외국인들도 흔한데다가 뚱뚱한 사람들도 원체 많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요즈음은 다른 사람들의 외모나 옷차림에 사람들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그야말로 30년 사이에 세상이 엄청나게 변한 것이다. 호텔 로비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수잔에게 일시에 쏠리고 있는 순간, 나는 그녀에게로 날쌔게 달려가면서 큰 소리로 외쳤다. 그리고 그녀를 끌어안았다.
“하이, 수잔!”
“하이, 다니엘!”
“쪽~”
“쪽~”
맨 처음에는 정말이지 죽고만 싶었다. 그건 못 할 것만 같았다. 그때 지점장님의 얼굴과 아내의 얼굴이 교차하면서 떠올랐다.
어느 날 아들이 여의도 회사에서 퇴근하더니 놀란 목소리로 소리쳤다.
“엄마, 여기 왜 이래?”
무슨 일인가 하여 아내의 머리를 살펴보았더니 놀랍게도 아내의 머리통 옆에 동그란 하얀 속살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 것이 아닌가. 원형탈모였다. 얼마나 충격이 컸으면 그랬을까 하고 생각하니 새삼 아내가 측은한 생각이 들었다.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대비가 전혀 없는 실직을 당했으니 모두에게 그렇게도 충격이 컸던 것이다.
여기 할머니들은 모두가 다 유모차를 밀고 다닌다. 맨 처음에 그 광경을 보았을 때는 참 이상해 보였는데 물어보니 다 이유가 있었다. 유모차에 의지하면 힘이 훨씬 덜 들뿐더러 허리도 덜 아프다는 것이었다. 그런 할머니들을 볼 때마다 아내가 걱정되었다. 이제 나도 60대 중반인데 언젠가 내가 죽고 나면 아내도 저렇게 유모차를 밀고 다닐까? 이 넓은 집은 누가 잔디를 깎고 나무를 관리할 것인가? 어느 날 용기를 내서 아내에게 물어 보았다.
“여보, 내가 먼저 죽으면 당신 어떻게 살지? 저렇게 할머니들처럼 유모차 밀고 다닐까?”
아내가 나를 힐끔 쳐다보며 던진 말은 가히 충격이었다.
“흥! 그런 걱정 하지 말고 일단 죽어 봐, 죽어 보라니까!”
어느 덧 세월이 많이 흘러 이제 주변을 돌아보면 그리고 눈을 감고 기억을 돌이켜보면 산 사람보다는 죽은 사람들의 얼굴이 더 많이 떠오른다. 신세만 지고 은혜만 입고 그대로 떠나보낸 분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나는 마침내 이런 결론에 도달하였다.
“지금 현재의 처지에서!”
“할 수 있는 대로!”
이 두 가지가 은혜를 입은 분들을 후회 없이 떠나보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그것이 곧 우리 모두가 은혜 갚는 부엉이가 되고 은혜 갚는 두꺼비가 되는 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