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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사진/그림 에세이
· ISBN : 9788993587111
· 쪽수 : 280쪽
· 출판일 : 2012-07-18
책 소개
목차
격려의 글 학생정신에 사로잡혀(김기석)
프롤로그 북아트는 살림의 한 부분
1. 행복해지는 약
2. 글에 대한 끝없는 생각
수필이란 무엇일까
12월의 장미
나의 글쓰기 연습
말〔言語〕에 대한 끝없는 생각들
생각은 힘이 세다
<솔베이지의 노래>를 들으며
시詩는 풍경 소리가 되어
시인님들 보셔요! 1
시인님들 보셔요! 2
3. 나무에 대한 기억
청색시대 ; 오늘 아침 습도는,/런던은 늘 젖어있다/슬픈 맥주 그리고 마림바
구스타프 클림트 <죽음과 삶)
나무를 그리다
나무에 대한 기억
못난 여자의 변辯
봄 앓이
생각의 꼬리잡기 놀이
우리가 꽃들에게 지은 죄 1
우리가 꽃들에게 지은 죄 2
아들의 결혼
한강로에서
4.가을 기도
가을 기도
대재앙을 바라보며 드리는 기도
무지한 해석(?)
미술관과 교회
빛과 색깔
축구선수와 청소부
제사는 우상에게 절하는 것인가?
5. 살림하는 여자
밀레니엄 맞이 냉장고 청소
바짓단 늘리기
밥을 푸다가 별 생각을 다
봄밤
집밥
참 단순하게도 그깟 맛난 음식에 행복해하지
6. 아름다운 집
아름다운 사람
아름다운 집
가슴에 소중한 씨앗 하나 품고
관계
인간 중심적 사고 1
인간 중심적 사고 2
인터넷과 나
콤플렉스, 그와의 시소 놀이
에필로그
저자소개
책속에서
어른들은 왜 몸을 움직여 일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게으르다고 야단을 할까? 나는 일손을 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가만히 있는 시간을 아주 좋아했다. 물론 지금도 그렇게 멍청히 있는 시간이 좋다. 하릴없이 논다고 혼날 때마다 나는 참 답답했다. 어른들이 팔 걷어붙이고 여럿이 달라붙어 일년 내내 지어도 못 짓는 집을 나는 가만히 앉아서 눈 몇 번 끔벅끔벅하면 멋지게 지을 수 있는데. 버스를 타고 차멀미로 토하면서 다섯 시간을 가야 갈 수 있는 서울을 나는 잠시 눈만 감고 있어도 삽시간에 갈 수 있는데, 빨리빨리 크라고 밥 많이 먹이고 키워도 억지로 건널 수 없는 나이를 나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서 그 나이를 훌쩍 뛰어넘어 어른이 되어 선생님도 되고 그러는데.
한밤중에 느닷없이 남편의 후배가 들이닥쳤다. 남편의 대학시절 서클 '민족이념 연구회'후배였다. 결혼식이 참 아름답게 잘 치러졌다는 이야기 끝에 그가 꼭 하고 싶은 이야기를 쏟아냈다. 그가 결혼식 중에 두 번 눈물을 흘렸다는 이야기."여민이 이놈! 그렇게 훌륭하게 교육받고 잘 커서 뭐 인생의 목표가 제 아내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라고?" 그는 버럭 소리를 지르고, 방안에서 주무시던 어머님이 깨어서 쫓아 나오시기도 했다. 남편은 편안하게 웃으며 대응했다. "그래 난 좋던데 왜 그러나. 아내를 행복하게 한다는 소박한 꿈이 얼마나 예쁘고 좋은가."그는 거듭 열을 냈다. "형님이 저를 어떻게 키웠는데, 얼마나 훌륭하게 교육을 시켰는데 그래 사내자식이 제 계집 하나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게 인생의 목표라니, 형님, 나는 정말 눈물이 나왔어요. 눈물을 흘렸다고요. 그리고 다시 다짐했습니다. 내 아들은 절대로 그렇게 놔두지 않는다고". 그는 돌아갔고 우리는 다시 그 말에 대한 언급 없이 밤을 보냈다
그깟 감나무, 가을 감, 시장에 가면 흔하디 흔한 가을 열매가 제게 참 많은 깨달음을 줍니다.
감나무 중간까지 올라가 끝이 갈라진 길다란 대나무로 감을 따는 감나무 골의 어떤 청년, 그의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는 예쁜 말 한 마디 들으며 저는 또 하나님을 생각합니다.
이깟 감 안 따도 그만인데, 매달린 채 삭아도 아까울 것도 없는데, 아버지가 매달린 감 쳐다볼 때마다 다 따지 못한 것을 속상해하셔서 아버지 속상해하지 말라고 이렇게 따는 거라는 그의 말이 참 아름다운 마음을 비춰주는 거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