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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93691269
· 쪽수 : 352쪽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1부 준우 형
2부 미아리
3부 71년생,73년생
4부 똥
5부 미아리의 왕
6부 아버지
에필로그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두려움과 승부욕으로 내 똥을 힘껏 밀어내는 어느 날이었다. 그 절정의 사투, 긴장되는 순간 갑자기 똥간의 문이 열리고, 형이 등장했다. 잠시 우리의 사이는 진공 상태가 되었다. 똥냄새만 멈추지 않고 피어올랐다. 형이 내 손을 잡았다. 밖으로 질질 끌고 나갔다. 엉덩이를 깐 채 나는 오리처럼 바깥으로 딸려 나왔다. 형은 나를 내팽개치고는 내가 앉았던 자리를 차지했다.
나는 누군가가 뭔가를 먹고 있으면, 한입만 했다. 핫도그 한 입만, 하드 한 입만, 엿 한 입만, 솜사탕 한 입만. 그렇게 한 입만을 조르면 다섯 번에 한 번은 내 입에 그것들이 들어왔다. 나는 늘 굶주려 있었다. 내게 한 입만 주던 아이들도, 점점 나를 피했다. 친구도 별로 없었는데, 한 입만으로 다 떨어져 나갔다.
어머니는 새벽 일찍 김밥을 마셨다. 부엌이 좁아서 도마와 프라이팬을 방에 놓고, 달그락 달그락 김밥을 마셨다. 좁은 방이 해표 식용유와 참기름이 반반씩 섞인 냄새로 일순간에 환해졌다. 온몸이 기쁨의 온기에 졸여지고, 그 따뜻함이 일정 비등점에 도달하면, 저절로 눈이 떠졌다. 김밥의 양 끝 부분만 따로 한 접시에 쌓여 있었다. 모자이크처럼 예쁜 김밥이 검정색 찬합에, 정색을 하고 나란히 누워 있었다. 먹기 싫은 당근도, 시금치도 그 속에서 그림이 되어 있었다. 고요함과 따뜻함과 김밥이 있었다. 형 역시 그 따뜻함을 못 견디고 눈을 떴고, 우린 터진 김밥을 하나씩 입에 물고, 어머니가 김밥을 마시는 모습을 지켜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