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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93800883
· 쪽수 : 648쪽
· 출판일 : 2012-05-20
책 소개
목차
주요 등장인물
머리말
작품 해설
작가 연보
책속에서
그 순간의 전체 장면이, 법정 유리창에 맺힌 4월의 빗방울이 4월 햇빛 속에 반짝이는 것에 이르기까지, 선명한 색깔로 다시금 떠오른다. 내가 또 다시 그의 손을 잡고 피고석 바깥 한구석에 서 있을 때, 피고석에는 서른두 명의 남녀가 갇혀 있었는데, 어떤 피고들은 반항적이었고, 어떤 피고들은 공포에 질려 있었고, 어떤 피고들은 흐느끼며 울고 있었고, 어떤 피고들은 얼굴을 가리고 있었고, 어떤 피고들은 침울하게 주위를 응시하고 있었다. 여죄수들 가운데서 비명소리가 나긴 했었지만, 제지되어 조용해지고 침묵이 이어졌다. 큰 족쇄와 꽃다발을 가지고 있는 치안관들, 다른 겉만 번지르르한 시민과 괴물 같은 사람들, 법정의 정리(廷吏)들, 수위들, 방청석을 가득 메운 사람들이―큰 극장 관객들 같았다―구경하고 있었고, 이때 그 서른두 명의 피고들과 판사가 엄숙하게 대면하였다. 뒤 이어 판사가 피고들에게 논고를 했다. 앞에 있는 비참한 인간들 가운데서 판사가 특별 논고 대상으로 꼭 선발해야 할 사람은 거의 유년 시절부터 범법자였던 자로서, 그는 투옥당하고 처벌받기를 반복한 끝에 마침내 몇 년 간의 유형선고를 받았었으며, 대단히 폭력적이고 대담한 사건을 벌여 탈옥했다가 다시 종신유배형선고를 받았었다. 그 불쌍한 사람은 옛날의 범죄 장소에서 멀리 옮겨졌을 때는 한동안 자신의 잘못을 깨닫게 되고, 평화롭고 정직한 삶을 살았던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숙명적인 순간에, 그가 거기에 빠져서 그토록 오랫동안 사회에 두통거리가 되었던 그런 성향과 격정에 굴복하여, 그는 평안과 참회의 안식처를 버리고 자신이 추방당했던 나라로 되돌아왔었다. 이곳에서 곧 고발당하긴 했지만, 그는 한동안 사법경찰을 피해 다니는 데 성공했었다. 그러나 도망치던 도중 마침내 붙잡혔는데, 그는 경찰에 저항했었고, 또 그는―명백하게 고의적으로 그랬는지 혹은 맹목적인 어깃장으로 그랬는지는 그 자신이 제일 잘 알았겠지만―자신을 고발한 자를 죽음에 이르도록 했었다. 그리고 이 고발인은 그의 전 생애를 다 알고 있었다. 그를 추방했던 이 땅으로 돌아온 데 대한 정해진 형벌은 사형이었고, 그의 경우는 이것이 심하게 악화된 경우였으므로, 그는 사형당할 준비를 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