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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국내창작동화
· ISBN : 9788993964370
· 쪽수 : 196쪽
· 출판일 : 2012-04-19
책 소개
목차
프레디 아길라, 장순옥
마음대로 살고 싶어
내가 누군지 모르겠어
깜씨면 어때
일방적인 약속
돌아갈 수 있을까
나를 좋아한다면
나만의 문자표
내가 왜 이럴까
나의 뇌구조
마음 둘 곳 없어
교회 가는 날
내 눈엔 너밖에 없어
들켜버린 마음
한 걸음 가까이
짝퉁이라고?
시나브로
아름다운 기억
우리들의 외국어
작가의 말
리뷰
책속에서
엄마 식당까지 왔지만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엄마 얼굴을 보면 울어버릴지도 몰랐다. 은지 말대로 나는 엄마를 하나도 닮지 않았다. 엄마의 하얀 피부, 갸름한 눈, 작고 오뚝한 코, 어느 것 하나 닮은 구석이 없었다. 딱 한 군데라도 닮은 구석이 있었으면 은지에게 당당히 한 마디라도 해주었을 텐데. 내 눈에 눈물이 고였는지 유리창에 수증기가 끼었는지 식당 안이 희뿌옜다.
‘나 엄마 딸 맞지?’
식당으로 들어가 엄마에게 묻고 싶었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다. 엄마가 넌 내 딸이 아니라고 하면, 나는 영원히 엄마 딸이 아니게 될지도 몰랐다.
학교에서 혼혈마녀, 짝퉁, 코안(코아시안), 간장게장이라는 놀림을 받아도 이제는 면역이 되어 괜찮다. 이담에 결혼하면 저능아를 낳을 거라는 악담도 아무렇지 않게 흘려버린다. 나를 아는 애들이 모두 ‘깜씨’라고 불러도 상관하지 않는다.
그런데, 오늘만큼은 괜찮지가 않았다.
오늘은 내가 유일하게 좋아하는 현우에게까지 무시를 당했다. 아이들이 나를 막 대해도 상관없지만 현우가 나를 무시하는 건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내가 저를 얼마나 좋아했는데, 얼마나 잘해줬는데, 아이들 편에 서서 나를 한 방에 깔아뭉개다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혼자서 힘겹게 절벽에 매달려 있는데, 마지막 줄까지 싹둑 잘린 느낌이었다. 코앞에 꽃 한 송이가 피어 있어 눈을 감고 향기를 맡으며 버텼는데, 한순간에 그 향기까지 날아간 것 같았다. 나는 믿을 수가 없어 귀를 막고 눈을 감아버렸다.
나는 베란다로 들어가 태엽이를 손바닥에 올려놓았다.
“태엽아, 네 눈에도 내가 혼혈마녀로 보이니?”
태엽이는 게슴츠레한 눈으로 나를 보며 목구멍만 깔딱거렸다.
‘너는 좋겠다. 청개구리들은 초록색이잖아. 차라리 나도 너처럼 초록색이었으면 좋겠어. 엄마도 아빠도 닮지 않고 청개구리로 태어났으면 이런 고민도 하지 않을 텐데. 나는 한국 사람인데…… 생긴 게 조금 다른 것뿐인데 사람들은 왜 나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볼까. 왜 내 속은 보지 않고 겉만 보는 걸까. 엄마가 그러는데 나는 엄말 정말 많이 닮았대. 근데 난 엄마의 어디를 닮은 건지 모르겠어. 내가 엄말 닮았다면 사람들이 나를 놀리지 않겠지. 난 너보다 크지만 이렇게 슬플 땐 너보다 작아지는 거 같아.’
코끝이 찡해지고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 나라는 아이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꼬인 것일까. 나를 업신여기는 아이들 얼굴이 떠올랐다. 나는 왜 이렇게 약해빠진 걸까. 나를 믿지 못하는 걸까. 겉으로는 강한 척 떵떵거리는데, 속으로는 그렇지 않은 게 내 가장 큰 약점이었다. 텅 빈 것 같은 나를 어떻게 하면 채울 수 있을까. 세상에는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