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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역사소설 > 외국 역사소설
· ISBN : 9788994026305
· 쪽수 : 264쪽
· 출판일 : 2010-02-25
책 소개
목차
1장 모자에 대한 애착에서 비롯된 불화에 관하여
2장 골칫거리와 그를 떠맡은 대가에 관하여
3장 길에서 떠맡게 된 짐과 잔혹함에 관하여
4장 천사 대신 찾아온 사람들과 뒤바뀐 대의에 관하여
5장 ‘아무 일도 하지 말라’를 지키는 말 도둑에 관하여
6장 노르드인들의 특이한 거래에 관하여
7장 전화위복에 관하여
8장 길 위의 신사에게는 생뚱맞은 도덕심에 관하여
9장 어처구니없지만 코끼리가 기도단과 동행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데서 생기는 불화에 관하여
10장 선물로 준 배에 대한 뒤늦은 보답에 관하여
11장 샤트란지 내기처럼 안 풀리는 베크의 인생에 관하여
12장 몸을 맡긴다는 것에 관하여
13장 세상의 중심에 있는 도서관까지 헤엄치는 일에 관하여
14장 왕들이 뒤죽박죽 만들어놓은 현실과 싸워야 하는 병사들의 우울한 의무에 관하여
15장 폭력과 품위를 강요하면서 다른 이의 운명에 동행하기에 관하여
리뷰
책속에서
거대한 몸집과 우람한 두 팔, 섬뜩한 분위기, 게다가 제 입으로는 늙었다고 했지만 어쩐지 그 말이 상대의 허를 찌르려는 전술로 인식되면서, 무기가 선반에서 내려지고 두 사람이 어떤 무기를 택할 것인지 결정하기도 전에 분위기는 아프리카인에게 유리하게 돌아갔다. 프랑크인은, 너무 통통하지만 않으면 새 두어 마리쯤 한 번에 꿰어 불에 구워먹을 때나 사용하면 제격일 듯한 터무니없이 길고 가느다란 송곳 하나만 가지고 등장했다. 구경꾼들은 ‘바늘 든 재단사’를 보고 낄낄대더니 아프리카인이 겨드랑이에 끼고 나타난 거대한 바이킹 도끼를 보고 술렁거렸다. 자루에는 룬문자가 잔뜩 새겨졌고, 초승달 모양의 칼날에서는 가차 없이 베어낸 머리와 피가 솟구치는 목에 대한 기억이 자랑스러운 듯 차갑게 빛났다.
뱃사람이 걸핏하면 신을 원망하듯 아프리카인은 내킬 때마다 등 뒤의 바이킹 도끼로 손을 뻗었다. 물푸레나무로 된 도끼자루에 룬문자로 새겨진 도끼의 이름을 대충 해석하면 ‘네 에미 씹할’이라는 의미였지만 마구간의 침입자, 페르시아인 같은 외모에 오른쪽 눈 대신 혹처럼 튀어나온 상처를 달고 묘하게 냉소적인 눈빛을 지닌 깐깐한 늙은이는 이 세 단어를 보고도 바이킹 도끼가 자신의 사이좋은 머리와 목을 영영 이별하게 만들지 않으리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프랑크인(그의 이름은 젤리크만이었다)은 자신의 동업자가 결투의 진짜 목적, 즉 돈이나 벌 요량으로 미리 짜고 무대에 올라가는 것을 눈치 채고 접근해오는 얼빠지고 약삭빠른 녀석들에게 ‘니미 시팔’ 도끼를 휘둘러 상대를 고기와 뼈로 다져놓아 영영 그 입을 다물게 하는 모습을 자주 보아왔다. 따라서 마구간을 침입한 페르시아인 노인은 겨우 숨 한 번 쉴 동안만 자신의 통찰력을 흐뭇해할 수 있었다.
“키클롭스 영감, 이 아이는 우리에게 이런 제의를 했어요. 우리가 영감을 죽이고 자신을 아틸로 데려다주면 자기 부모가 후한 상금을 내려줄 거라고요.” 젤리크만은 사실 소년의 입에서 나온 말 중에 ‘고향’이라는 단어만 유일하게 알아들었을 뿐이었다.
“가당치 않은 일이라고 내 분명히 말해두겠네.” 늙은 싸움꾼이 말했다. “이 아이는 원수를 갚기 위해 고향으로 갈 수 있다면 아무 말이나 지껄이고 무슨 짓이든 할 테니 혹시 그런 말을 했더라도 귀담아 들어선 안 돼.” 노인은 손을 뻗어 코끼리 훈련봉의 상아 손잡이를 움켜쥐고 소년을 노려보았다. “멍청한 놈!” 그는 반항하는 동물을 꾸짖듯 고함을 질렀다. “힘도 친구도 없이 뭘 하겠단 말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