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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94040363
· 쪽수 : 304쪽
· 출판일 : 2013-02-20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본은 흉터가 발산하는 신비로운 에로티시즘에 대해 강박증을 가지고 있다고 털어 놓았다. 계기판은 피로 물들고 좌석벨트는 똥칠로 범벅이 되고, 뇌 조직이 터져서 엉망이 된 선바이저와 같은 도착된 모습에서 성욕을 느낀다는 것이었다. 본은 사고 차량을 보면 언제나 달아오르는 전율을 느꼈다. 펜더가 복잡하게 찌그러진 기하학적 모습에서, 라디에이터 그릴이 예상치 못하게 뒤틀린 모습에서, 마치 기계 펠라티오라는 정해진 행위를 하듯 계기판이 그로테스크하게 돌출되어 운전자의 가랑이 사이로 뚫고 들어간 모습에서 전율을 느꼈다. 한 인간의 은밀한 시간과 공간은 칼과 젖빛 유리가 거미줄처럼 뒤얽혀 영원히 굳어버렸다.
여자는 몸을 돌려 나를 내려다보았다. 상처가 난 얼굴을 특이하게 찡그리며 관심과 적대감이 뒤섞인 혼란스러운 표정을 대놓고 지었다. 아무튼 오직 내 눈에 들어온 것은 그녀가 이렇게 몸을 틀어 나를 향해 벌린 두 다리가 만나는 비범한 접합점이었다. 내 가슴 속에 남은 건 그 자세가 지닌 섹슈얼리티라기보다 우리와 관련된 사고가 양식화되고, 그 속에 의례화된 극단적 고통과 폭력이었다. 예전에 딱 한 번 봤던 어느 크리스마스 연극에서처럼 정신지체 소녀가 과장된 피루에트 동작을 하는 것만 같았다.
“저거 보여, 본? 저기 고속으로 연쇄 충돌 사고를 낸 차 보이나? 굉장히 멋진 전복 사고를 낸 차도 있고, 보기 드물게 정면충돌한 차도 있지. 난 저런 걸 꿈꾸고 있어. 당신도 온통 저런 걸 꿈꾸고 있잖아, 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