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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지리학/지정학 > 지정학
· ISBN : 9788994142739
· 쪽수 : 548쪽
책 소개
목차
머리말: 국경지대
1부 선각자들
1장 보스니아에서 바그다드로
2장 지리의 복수
3장 헤로도토스와 그의 계승자들
4장 유라시아 지도
5장 나치의 지정학적 왜곡
6장 주변지대(림랜드) 이론
7장 해양세력의 유혹
8장 공간의 위기
2부 21세기 초엽의 지도
9장 유럽 분할의 지리
10장 러시아와 독립된 심장지대
11장 중국 패권의 지리
12장 인도의 지리적 딜레마
13장 이란의 축
14장 구 오스만제국
3부 미국의 운명
15장 브로델, 멕시코 그리고 미국의 대전략
후주
감사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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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책속에서
떡갈나무와 마가목류가 우거진 높이 3,000미터의 중앙 산괴가 우뚝 서 있는, 저주받은 반구형 구릉들의 맨 아랫단이 이라크 북부 사막에서 출렁이듯 지평선 위로 모습을 드러내자, 나를 안내하던 쿠르드인 운전기사가 파이 껍질 같은 거대한 평원을 흘끗 뒤돌아보고\는 못마땅하다는 듯 입맛을 쩝 다시며 “아라베스탄”이라고 퉁명스레 말했다. 그러고는 구릉들 쪽으로 다시 시선을 돌리더니 “쿠르디스탄” 하고 중얼거렸다. 그 말과 함께 찌푸려졌던 그의 얼굴도 환해졌다. 때는 사담 후세인[1937~2006년]의 강압 지배가 절정에 달했던 1986년이었다. (…) 정치 지도상으로는 여전히 이라크 영토 내에 있는 것이었지만, 산맥은 그곳이 극단적 조치로써만 정복 가능한 사담 후세인 지배의 한계선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한반도의 남북을 가르고 있는 비무장지대에서 압도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폭력이다. 2006년 내가 그곳을 찾았을 때 남한 병사들은 주먹을 불끈 쥐고 팔에 잔뜩 힘을 준 태권도 준비 자세로 북한 병사들의 얼굴을 노려보며 얼어붙은 듯 서 있었다. 남한과 북한 모두 키도 제일 크고 가장 위압적인 병사들을 선별하여 DMZ 철책을 지키는 임무를 맡겼다. 그러나 철조망과 지뢰밭 양쪽에서 분출되는 이런 형식적 증오감도 결국에는 예측 가능한 내일의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될 것이다. 20세기의 분단국들이었던 독일, 베트남, 예멘의 경우에서 보듯, 분단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든 통일의 힘은 결국 예기치 않게, 또 때로는 폭력적이고 매우 빠른 속도로 개가를 올릴 것이기 때문이다.
지리에 대한 감각을 일깨우기 위해서는 먼저 감각의 상실이 가장 심했던 최근 역사의 특정 시기에 주의를 기울여 그렇게 된 연유를 밝히고, 그것이 우리의 세계관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점검해야 한다. 물론 감각의 상실은 서서히 일어난다. 하지만 그것이 가장 심하게 일어난 때를 꼽으라면 나는 베를린장벽이 붕괴된 직후라고 답하겠다. 베를린장벽의 붕괴로 지리와 기복지도에 대한 관심이 예전보다 높아지고, 인접한 발칸 지역과 중동도 그 지도로 예견 가능해졌을지는 모르지만, 인위적 경계였을망정 베를린장벽이 사라지자 우리는 진짜 지리적 장벽이 우리를 여전히 가르고 있고 우리를 여전히 기다리고 있다는 판단력마저 상실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