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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여행에세이 > 해외여행에세이
· ISBN : 9788994159225
· 쪽수 : 364쪽
책 소개
목차
1장 눈과 행복 - 런던
2장 빌리와 함께 얼음 위에서 보낸 밤 - 이칼루이트, 키키크타류아크
3장 눈결정체의 육면체 형태에 관한 고찰 - 제리코, 버몬트
4장 고담 시에 내린 폭설 - 시러큐스, 버펄로, 뉴욕
5장 중력과 놀기 - 샤모니, 아르장티에르, 빌트슈트루벨
6장 눈사태 - 루이스
7장 마음의 영토 - 밸디즈, 톰슨 패스
8장 겨울의 예술 - 빈, 런던
9장 파라다이스에서의 짧은 산책 - 레이니어, 시애틀, 글레이셔
10장 스코틀랜드의 마지막 눈 - 아비모어, 케언곰 산, 가브 코이레 모어
11장 곧 봄이 올 거야 - 런던
눈에 관한 핸드북
눈에 관한 용어 사전
역자 후기
참고 문헌
찾아보기
책속에서
이누이트 사람들은 눈이 곧 영혼의 전달자이자 서식지라는 믿음을 간직한다. 민속학자인 프란츠 보애스(Franz Boas)가 전하는 전통 신화는 오메르네토(Omerneto)와 그녀의 남편 아콜루코조(Akkolookjo) 그리고 아이들이 어떻게 태어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먼 옛날 보애스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아이를 원하는 여성들은 새 아기의 영혼을 발견할 때까지 눈 속에서 헤매야 한다. 그러나 오메르네토는 너무 큰 남편의 부츠를 빌려 신고 있었기 때문에 자꾸만 두 발이 눈 속에 푹푹 파묻혔다. 어느 날, 그녀는 부츠의 끈 묶는 것을 잊어버렸는데, 그때 아기의 영혼이 그 부츠 끈을 붙들고 그녀의 다리로 기어 올라와 그녀의 자궁으로 들어갔다. 그날 이후로 여성들은 출산을 시작했다고 한다.
눈결정체들은 단지 자연이 보여 주는 극히 적은 경이로운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데 그치지 않는다. 눈결정체들은 우리에게 지상의 아름다움이란 무상하며, 금방 사라지고 만다는 사실을 알려 준다. 그러나 가을의 아름다움과 마찬가지로, 저녁 하늘의 아름다움과 마찬가지로, 아름다운 눈꽃들은 언제고 다시 나타난다.
아름다움은 사라지고, 사람들은 죽음을 맞이하며, 문명은 흥하고 쇠한다. 우리의 삶이란 눈꽃들과 마찬가지로, 덧없는 순간들로 연속되는 무상한 삶이다.
그러나 우리의 삶은 눈꽃이 지닌 다른 속성들과도 닮았다. 눈꽃들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몸은 대부분 물로 이루어졌다. 우리가 죽고 나면, 우리 몸 안의 몰은 언제고 바다로 흘러, 때가 되면 태양에 의해 증발되어 하늘로 날아올라, 다시 눈이 되어 지상으로 내리게 될 것이다.
우리에게 눈은 무슨 의미일까. 우리는 눈이 감상적이고 상업적이고 눈끌기용 재현물로 사용되어 온 것을 자주 보아 왔다. 누구도 이를 피해 갈 수 없다. 모네도 마찬가지였다. 눈과 빛의 유희를 포착해 낸 그의 일련의 그림들은 수천 종의 크리스마스 카드와 비스킷 포장지에도 인쇄되면서, 본래의 그림이 지닌 위력을 잃고 말았다. 디킨스가 소설에서 묘사했던 런던 리젠시가의 상정들 앞 도로를 아름답게 장식한 눈도, 이제는 크리스마스의 정취를 흉내 내려는 인공 눈이 상점 앞마다 뿌려지면서 하나의 클리셰가 되어 버렸다. …… 20세기 내내 상업적인 문화가 열정적으로 눈을 소비해 왔지만, 예술계에서는 눈에 대한 관심이 점차 줄어들었다. 예전보다는 추위가 우리의 삶을 덜 위협하기 때문일 것이다. 기후역사학자들은 1627년, 네덜란드의 예술가들이 그저 겨울 풍경화를 더는 그리지 않았을 때부터 가장 추웠던 소빙하기가 소멸하고, 점차 따뜻한 겨울이 지속적으로 찾아오면서 눈이나 얼음을 그리는 일이 줄어들었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