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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94207360
· 쪽수 : 288쪽
· 출판일 : 2014-01-31
책 소개
목차
작가에 대하여
이 책에 대하여
<맥베스>에서 문 두드리는 소리
예술 분과로서의 살인
<예술 분과로서의 살인>에 대한 두 번째 글
(<예술 분과로서의 살인>에 부치는) 후기
도판
미출간 수고
A. <블랙우즈 매거진> 편집장님께
B. 피터 앤서니퐁크
C. <예술 분과로서의 살인>에 대한 새로운 글
옮긴이의 글
토머스 드 퀸시 연보
리뷰
책속에서
제가 여러 해 전 살인 '애호가(dilettante)'로서 세상에 나왔던 것을 박사님은 기억하실 것입니다. 어쩌면 애호가는 너무 강한 단어인지도 모릅니다. 소심하고 유약한 대중의 취향에는 '감정가(connoisseur)'가 더 적합합니다. 적어도 이 말에는 유해한 구석이 없습니다. 누군가 살인을 마주했을 때 그의 눈과 귀와 이해력을 무조건 주머니 속에 쑤셔넣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가 완전히 혼수상태가 아니라면, 취향의 관점에서 어떤 살인이 다른 살인에 비해 더 좋거나 나쁜지를 반드시 구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조각상, 회화, 오라토리오, 음각 및 양각 세공 등이 그렇듯 살인에도 그 가치의 미묘한 차이가 존재합니다. 누가 말을 지나치게 많이 하거나 너무 공공연히 떠든다는 이유로 화를 낼 수는 있지만(지나치다는 표현이 나왔으니 말이지만, 취향은 아무리 수준 높게 다듬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어떤 경우에도 생각하는 것만은 허락되어야 합니다.
일단 사람이 살인에 경도되면 이내 절도쯤은 우습게 생각하게 되고, 절도 다음에는 음주와 안식일 위반으로, 그다음에는 무례와 게으름으로 옮아가기 때문이지. 한번 이런 내리막길을 타게 되면 어디서 멈추게 될지 알 길이 없다네. 많은 이들의 타락이, 그 당시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을 그런저런 살인으로부터 시작되었다네.
무뚝뚝하고 음울하여 그 어떤 발랄한 글에도 싹싹하게 공감하지 못하는 부류의 독자들을 회유하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특히 그 발랄함이 도발의 영역으로 침범했을 경우는 더더욱 그렇다. 이런 경우, 공감하지 못하는 것은 곧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며, 아무도 즐기지 않는 농담은 김이 빠지고 무미건조해지거나 완전히 무의미해진다. 다행히도, 이런 촌스런 독자들이 큰 불쾌감을 품은 채 전부 빠져나간 뒤 그 자리에 남은 대다수 독자들은 이 보잘것없는 글에서 흥미를 이끌어내고 이를 소리 높여 인정했으며, 그와 동시에 조심스러운 질책을 표현함으로써 그들의 칭찬이 진실함을 입증해주었다. 그들은 이 글의 도발이 분명히 의도적이며 글의 전체적인 발랄함을 완성하는 한 요소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너무 지나친 것 아니냐는 의견을 거듭 전했다. 나는 이 견해에 찬동하지 않는다. 이 졸고의 직접적 목표와 의도는 바로 공포의 순간을 건드리는 것이며, 그것이야말로 현실에서 맞닥뜨렸을 때 가장 불편한 부분임을 우호적인 검열관들에게 알려드리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