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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91189356132
· 쪽수 : 400쪽
책 소개
목차
작가에 대하여
이 책에 대하여
심연에서의 탄식
들어가며 이르는 말
1부
어린 시절의 고통
팰림프세스트
레바나와 슬픔의 모후들
브로켄의 유령
1부 피날레: 사바나라마르
2부
영국의 우편 마차
승리와 함께 내려가다
갑작스러운 죽음의 환영
갑작스러운 죽음의 주제에 의한 꿈의 푸가
부록
A. 「심연에서의 탄식」과 관련된 수고와 기타 자료들
B. 「영국의 우편 마차」와 관련된 수고와 기타 자료들
해설 / 버지니아 울프
열정적 산문
드 퀸시의 자서전
영국의 우편 마차
토머스 드 퀸시 연보
책속에서
나는 아름다운 햇빛을 뒤로하고 시신을 돌아보았다. 거기에는 사랑스러운 어린아이의 모습이, 천사의 얼굴이 누워 있었다. (…) 나는 잠시 꼼짝 못 하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공포가 아닌 경외가 나를 덮쳤다. 그리고 내가 서 있는 동안, 엄숙한 바람이 - 인간의 귀에 닿은 가장 애통한 바람이 - 한 줄기 불기 시작했다. 애통이라! 그 말로는 아무것도 표현할 수 없다. 그것은 지난 100세기 동안 죽음의 벌판들을 휩쓸었던 바람이었다. (…)
그 순간, 내 귀가 그 아이올로스의 음률을 감지했을 때, 내 눈이 생명의 황금빛 충만함으로, 바깥에 펼쳐진 천상의 장려함으로 가득 찼을 때, 그리고 돌아서서 누나의 얼굴을 뒤덮은 서리로 시선을 돌렸을 때, 황홀경이 나를 덮쳤다. 아득히 푸른 하늘의 꼭대기에 천정(天頂)이 열리고 끝없는 수직의 통로가 뚫린 듯했다. 나는 마음속으로 그 통로를 따라 역시 끝없이 밀려 올라가는 격랑을 탄 것처럼 솟아올랐고, 그 격랑은 하느님의 옥좌를 향해 굽이치는 듯했다. 그러나 그 옥좌 또한 우리 앞에서 달리며 계속 멀어져 갔다. 도주와 추적은 영원히 계속될 성싶었다. 서리가, 점점 짙어지는 서리가, 차디찬 죽음의 바람이 나를 밀어내는 듯했다. 나는 잠들어 있었다. - 얼마나 오래 잤는지는 알 수 없다. 서서히 제정신이 들어 보니, 나는 아까처럼 누나의 침대 곁에 서 있었다.
그러나 그 여인은 - ! 오 맙소사! 언제쯤 그 광경이 내 꿈에서 사라질 것인가?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앉았다, 앉았다 일어섰다 하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허공의 물건을 움켜쥐려는 것처럼 두 팔을 미친 듯이 하늘로 내저으며, 혼절하고, 기도하고, 외치고, 절망하는 광경이! 독자여, 이 사건의 제 요소들을 스스로 가늠해 보라. 이 유례없는 상황의 주변 정황을 내가 당신 마음에 일깨우는 것을 용서하시라. 저 거룩한 여름밤의 고요와 깊은 평화로부터 - 감미로운 달빛과 새벽빛과 꿈결 속 빛의 감상적 결합으로부터 - 살랑이고 속삭이고 소곤대는 저 남자의 애정 어린 밀어로부터 - 별안간 계시로 열린 창공의 방들로부터 - 별안간 그녀의 발 앞에 입을 벌린 대지로부터 - 죽음, 그 왕관을 쓴 유령은, 폭우의 물벼락처럼, 그 공포의 마차를 총동원하여, 맹수처럼 울부짖으며 그녀를 덮쳤다.
그 순간은 곧 지나갔다. 질주하는 말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우리를 나무 그늘이 드리운 통로의 끝으로 데려다 놓았다. 거기서 길이 직각으로 꺾이며 우리 마차는 좀 전에 왔던 방향으로 접어들었다. 굽은 길로 들어선 순간 그 광경은 내 시야에서 사라졌고, 내 꿈속으로 밀고 들어와 영원히 자리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