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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외국시
· ISBN : 9788994207544
· 쪽수 : 312쪽
책 소개
목차
작가에 대하여
이 책에 대하여
시
사형을 언도받은 자
장송행진곡
갤리선
파라드
사랑의 노래
쉬케의 어부
찾아낸 시편(詩片)
산문
외줄타기 곡예사
원문
Le Condamne a mort et autre po?mes suivi de Le Funambule
옮긴이의 글
장 주네 연보
리뷰
책속에서
오, 머나먼 저편 견디기 힘든 저 도형장의 감미로움이여!
오, 아름다운 탈옥의 하늘이여, 저 바다여, 종려나무들이여,
맑게 비치는 저 아침들이여, 미쳐 날뛰는 저녁들이여, 평온한 밤들이여,
오, 바짝 깎아 올린 머리칼과 저 사탄의 피부들이여.
- 「사형을 언도받은 자」 중에서
소금 나무가 제 푸르른 잔가지를 하늘로 내뻗고 있다.
피로 올리는 저녁 예배에 나의 고독이 입술을 바삐 놀리며
금빛 거품의 아리아 하나를 노래하고 있다.
사랑의 아이 하나 장밋빛 속옷을 입고
내 침대에서 황홀한 포즈를 취하려 애쓰고 있었다.
별 하나 제 이빨에 문 창백한 어느 마르세유의 비렁뱅이는
나와 나눈 사랑의 격투에서 패자가 되었다.
내 손은 아편이 적재된 비탄의 짐짝과
별들 총총한 저 깊은 숲을 남몰래 빼돌렸다,
그대 두 눈의 그림자에서 그대 두 손 그대의 주머니를,
침묵이 어둠의 보물 하나 앗아갈 바로 이 독수리의 둥지
명성 가득한 문을 되찾기 위해 나의 손은
온갖 길을 헤매고 다녔다. 나의 웃음은
우뚝 선 바람을 거스르다 깨져버렸다.
내게 방금 허용된 감옥의 공기를 맛보며
낱말도 문자도 없이 쓰인 시 한 편의 유충에게
환멸로 제공된 저 서글픈 잇몸이여.
- 「갤리선」 중에서
풀이 무성한 황야를 지나, 풀어헤친 네
허리띠 아래 목구멍은 말라붙고 팔다리는
녹초가 되어 우리는, 그것의 근처에 도달한다.
그것의 광휘 속에서 시간마저 상장(喪章)으로 뒤덮여
그 아래에서 태양과, 달과, 별들이,
그대의 두 눈이, 그대의 울음이 필경 빛을 발할 것이다.
시간도 그의 발밑에서는 어두워지리라.
그곳에서는 오로지 기묘한 보라색 꽃들이
이 울퉁불퉁한 구근으로부터 피어날 뿐이다.
우리의 가슴에다가 우리의 두 손을 모아놓고
우리의 이빨 위에는 주먹을 가져다 놓자꾸나.
너를 사랑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내 가엾은 손가락 사이로
이 물이 흐르는 걸 볼까봐 나는 두렵다. 나는 감히 너를 삼킬 수도 없다.
나의 입은 여전히 허무한 기둥 하나를 빚고 있다.
그것이 가볍게 가을의 안개 속으로 내려온다.
우리가 물속으로 들어가듯, 나는 사랑 안에 도착한다
손바닥을 앞으로 내밀어, 눈먼 채, 붙들어놓은 나의 오열이
나 자신 안에 너의 존재를 공기로 부풀어 오르게 하면
그곳에서 너의 존재는 육중해지고, 영원을 얻으리. 나는 너를 사랑한다.
- 「쉬케의 어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