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88994343662
· 쪽수 : 232쪽
· 출판일 : 2012-07-10
책 소개
목차
Side:A 7
Side:B 121
리뷰
책속에서
“너는 날개를 갖고 있어. 나는 네가 나는 모습이 보고 싶어.”
……그녀는 웃지 않았다.
“정말로 내가 날 수 있다고 생각해?”
“물론이지.”
“내가 나는 모습을 보고 싶어?”
“물론이지.”
그녀는 잠시 동안 골똘히 생각했다. 방에는 옛날 전자음악이 낮게 흘렀다. 그녀가 소설을 쓸 때 즐겨 듣는 곡이다. 귀에 거슬리지 않는 단조로움 덕에 자판이 쉽게 두들겨진다고 한다.
“……그럼 지금 쓰고 있는 게 마감 안에 완성되면 보내볼게.”
“정말로?”
“하지만 약속해줘.”
그녀는 진지한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내가 날지 못해도 내 소설을 계속 좋아해줘.”
그건 그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전제였다. 만약 그녀가 날지 못한다면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해서가 아니다.
세상이 그녀를 날지 못하도록 붙잡고 놔주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리 재능이 있어도 그럴 수 있다. 그 어떤 세상이라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세상이 변덕스럽게 어쩌다 그녀를 날지 못하게 할지라도 원래라면 그녀가 날 수 있다는 것을 아는 자신이 그녀의 소설에 흥미를 잃을 리 없다.
“날든 날지 못하든 너는 잃어버릴 게 아무것도 없어. 나는 네 영원한 팬이니까.”
“……당신에게 너무 어리광 부리는 것 같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의 남편이 됐는걸. 이 정도야 내 사랑의 반도 안 돼.”
진지한 얼굴로 그렇게 말하는 게 대단하다.
“하지만 왠지 일방적으로 나만 이득을 보는 느낌인걸. 뭔가 불만은 없어? 쌓아두고 있다가 갑자기 폭발하는 건 싫어.”
“내가 그런 걸 쌓아뒀다가 공격할 거리로 삼는 남자로 보여? 실례라고.”
기분이 상한 것 같아 바로 사과하자 “오케이”라며 시원하게 용서해줬다.
“불만도 요구도 그때그때 제대로 하고 있어. 그러니까 싸움도 하고 그러는 거잖아. 전부 속에 쌓아뒀다면 충돌은 전혀 없었을걸.”
“하지만 당신이 양보하는 게 많은 것 같아서.”
“상대에게 별로 바라지 않는 건 천성이야. 그리고 굳이 말하자면…….”
그가 말을 이었다.
“돈이나 노력을 아무리 쏟아부어도 가질 수 없는 걸 나는 가졌거든. 가장 좋아하는 작가에게 영향을 주고받는 인생이라니, 원한다고 되는 게 아니잖아. 실제로 작품에 내 아이디어가 반영된 적도 있고. 이건 책 좋아하는 사람에게 엄청난 즐거움인데 너는 모르겠구나. 쓰는 사람이라.”
“오히려 힌트를 주거나 조언 같은 걸 해줘서 나만 더 이득 보는 느낌인걸.”
그녀는 결국 포기하고 쿠키를 깨물었다. 계절 한정 캐러멜 크런치였다.
“순순히 덕 좀 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