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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88994361284
· 쪽수 : 556쪽
· 출판일 : 2015-07-01
책 소개
목차
1부 소년
1장 아프리카 엄마 015 | 2장 스웨덴 어머니 022 | 3장 스웨덴의 생선 036 | 4장 헬가 할머니 043 | 5장 바다에 대한 경의 057 | 6장 맛스 073 | 7장 요리에 올인하다 101 | 8장 나만의 칼을 얻다 111 | 9장 벨 애버뉴 129
2부 셰프
10장 스위스 145 | 11장 슈토커 씨 176 | 12장 인생을 바꾼 3개월, 오스트리아 204 | 13장 비밀 218 | 14장 뉴욕 237 | 15장 프랑스 270 | 16장 대가 284 | 17장 아콰빗에서 다시 한 번 304 | 18장 죽음 이후의 삶 317 | 19장 별점 셋 337 | 20장 참석하지 못한 장례식 353 | 21장 피부색이 아닌 요리 실력으로 366
3부 남자
22장 다시 아프리카로 383 | 23장 나라는 남자 408 | 24장 제자리 찾기 435 | 25장 메르카토 450 | 26장 영원히 더 나은 삶을 465 | 27장 헤어짐 475 | 28장 다시 무대로 494 | 29장 레드 루스터 514
감사말 548 | 브리가드 드 퀴진 ― 주방 조직 체계 552 | 이 책에 나오는 요리 용어 554
리뷰
책속에서
나는 자전거를 던져놓고 현관 층계를 한 번에 두 단씩 올라가서 최대한 빨리 모르모르의 부엌으로 걸어갔다. 외할머니 댁에선 뛰어다니면 안 되었기 때문이다. 외할머니는 숨이 차서 헉헉대고 선 나를 보시고 “우리 새끼 왔구나. 이리 오렴. 네가 할 일이 있단다”라고 하셨다. 할머니는 의자를 끌어당겨 나를 앉히고는 루바브를 실에 꿰라고 하시거나, 콩깍지를 벗기거나 닭털을 뽑으라고 하셨다. 토요일 오후의 요리 시간에 내 누이들은 왜 한 번도 참여하지 않았는지 잘 모르겠다. 당시 나는 그런 것은 개의치 않았다. 모르모르를 나 혼자 독차지하는 게 마냥 좋았을 뿐이다.
내가 만든 음식은 그 주 내내 우리가 먹었던, 그저 재료를 되는 대로 팬에 집어넣고 익힌 것과는 수준이 달랐다. 그것은 일주일 동안 열심히 일한 데 대한 보상이고, 고된 일로 허기가 진 남자들을 위한 빠르고 맛있는 음식이었다.
우리는 내가 만든 감자와 생선 요리를 맛있게 먹었다. 나는 아버지를 도와 함께 일했다는 사실뿐 아니라 노동을 한 사람들에게 소박한 식사를 마련해주었다는 사실이 자랑스러웠다.
지금은 심장에 좋은 음식이라는 하트 모양 표시가 붙은 요리를 흔히 볼 수 있지만, 90년대 초에는 최고급 호텔에서조차 사실상 들을 수 없었던 개념이다. 당시 자만심에 가득 찬 열아홉 살 신출내기였던 나는 특별식을 요구하는 손님들을 까다롭거나 음식에 대한 모험심이 없는 사람으로 치부하고, 진정한 미식가가 아니라고 무시했다. 하지만 슈토커 씨는 특별한 섭생이 필요한 손님을 존중하는 자세, 그리고 셰프를 지혜로운 사업가로 존경하는 마음을 내게 심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