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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기타국가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88994361635
· 쪽수 : 376쪽
· 출판일 : 2017-07-10
책 소개
목차
I 귀환 - 만국박람회 개막 24일 전
B 수첩 - 만국박람회 개막 18일 전
E 누에바 벨렌 요양원 - 만국박람회 개막 15일 전
R 거짓과 진실 - 만국박람회 개막 12일 전
리뷰
책속에서
뭔가가 노인의 팔을 움켜잡았다. 소스라치게 놀라 눈만 동그랗게 뜨고 있는 사이, 뾰족한 손톱이 달린 사람의 손가락 같은 그것이 노인을 시커먼 물속으로 끌어당겼다. 하지만 파도가 배를 흔들자 귀신같은 형상은 눈앞에서 사라져 버렸다. 미처 손쓸 새도 없이, 마치 거짓말처럼. 소년은 갑판을 뛰어가 선미등을 가리고 있던 천을 벗겨냈다. 불빛에 상자 옆에 떠 있던 형체가 드러났다. 밧줄에 매달린 채 간신히 물 위에 떠 있었다. 얼굴에서 두 눈이 있어야 할 자리는 시커먼 구멍으로 변해 있었다. 무슨 말인지 하려는 듯 얼굴이 기괴하고 흉측하게 일그러졌지만, 입에서는 말소리 대신 신음과 함께 알아들을 수 없는 웅얼거림만 터져 나올 뿐이었다. 거친 풍랑을 오래 버틸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다니엘은 다시 리스트로 눈길을 돌렸다. 이름이 그라시아 산후안이라는 소녀는 두 다리가 잘려나간 채로 발견되었다. 아델라 레이그라는 또 다른 소녀는 눈구멍이 텅 비고, 사라 푸스테르라는 소녀는 팔 하나가 없었다. 최초의 희생자는 1월에, 마지막 희생자는 다니엘이 바르셀로나에 도착하기20일 전에 발견되었다. 제일 어린 소녀는 겨우 열다섯 살이었다. 갑자기 종이가 너무나 무겁게 느껴졌다. 다니엘은 떨리는 손으로 잔을 찾았다. 속에서 끓어오르기 시작한 구역질을 달래기 위해 물이 필요했다.
“그 옆에 적힌 숫자는요” 다니엘이 물었다.
“좌표를 의미합니다.”
“좌표라고요”
“그래요, 시신이 발견된 장소지요. 소녀들 대부분이 이 도시의 하수도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아니면 포르트벨 항구 인근에서 바로 떠오르거나.”
“고스 네그레라뇨” 다니엘과 플레이사가 입을 모아 물었다. “그렇게 큰소리로 그 이름을 부르면 안 됩니다. 바르셀로네타의 누구라도 당신들의 이름을 그에게 고해바칠 수 있어요. 두려움으로 입이 봉해지지 않는다면 말이오. 이건 아주오래된 저주입니다. 고스 네그레는 절반은 개, 절반은 유령의 형상을 한 저주받은 영혼이오. 타락한 천사 루시퍼가 직접지옥문을 지키는 파수꾼으로 임명했다고도 하더군요. 111년마다 주인이 그 악령을 풀어줍니다. 달이 뜨지 않는 밤이면그 어두운 욕망을 채우기 위해 바다에서 나오지요. 그가 나타나기만 해도 죽음이 따라요. 그 누구도 그를 막을 수 없습니다. 그 무엇도 그의 허기를 달랠 수 없어요. 불타오르는 커다란 입을 가진 눈 밝은 괴물이에요. 제물이 될 영혼을 찾아다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