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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전 일본소설
· ISBN : 9788996472056
· 쪽수 : 464쪽
· 출판일 : 2011-05-15
책 소개
목차
옮긴이의 말
갱부(坑夫)
부록 - 도련님(坊っちゃん)
리뷰
책속에서
요즘에는 성격 따위 애초부터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소설가들은 곧잘 이런 성격을 쓰겠다, 저런 성격을 만들어 보겠다며 자랑스럽다는 듯 이야기한다. 독자들도 그 성격이 이렇다는 둥, 저렇다는 둥 아는 척을 하며 이야기하지만 그것은 전부 거짓말을 쓰면서 즐거워하거나 거짓말을 읽으며 기뻐하는 것이리라. 사실을 말하자면 성격이라고 정의할 수 있는 것은 존재하지도 않는다. 사실을 소설가 따위가 쓸 수 있을 리 없으며 썼다 할지라도 소설이 될 염려는 없을 것이다. 진짜 인간은 묘하게 정리하기 어려운 법이다. 신이라 할지라도 애를 먹을 정도로 정리하기 어려운 물체다.
내가 짓무른 눈의 재난을 피해서 맞은편으로 자리를 옮기자 조조 씨는 나와 짓무른 눈을 잠깐 흘낏 쳐다봤을 뿐, 역시 원래의 자리에 앉은 채 움직이지 않았다. 조조 씨의 신경이 나보다 상당히 강건하다는 데에는 약간 경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뿐만 아니라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한 얼굴로 짓무른 눈과 이야기를 나누는 데 이르러서는 약간 정나미가 떨어졌다.
“또 산에 가는가?”
“응, 또 한 명 데리고 가네.”
“저 사람인가?” 라며 짓무른 눈이 내 쪽을 보았다. 조조 씨는 이때 무엇인가 대답을 하려 했겠지만 문득 나와 얼굴이 마주쳤기 때문에 그대로 두툼한 입술을 다물고 고개를 옆으로 돌려 버렸다. 그 얼굴을 따라서 얼굴을 돌리고 짓무른 눈이,
“또 벌이가 쏠쏠하겠구먼.” 이라고 말했다. 나는 이 말을 듣자마자 바로 창밖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그리고 창에서부터 침을 뱉었다. 그러자 그 침이 기차의 바람 때문에 내 얼굴로 날아 왔다. 매우 불쾌했다.
나는 어둠 속에서 하쓰 씨의 얼굴을 보며 생각했다. 거절을 할까 생각했다. 이러한 때의 진퇴는 완전히 상대방의 생각에 따라서 결정되는 법이다. 아무리 멍청해도 아무리 영리해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내 가슴에 물어보기보다는 하쓰 씨의 안색을 살펴 판단하는 편이 훨씬 더 빠르다. 다시 말하자면 자신의 성격보다는 주위의 사정이 운명을 결정하는 경우인 것이다. 성격이 수준 이하로 하락하는 경우인 것이다. 평생을 쌓아올린 것이라 자신하던 성격이 형편없이 무너지는 경우 중에서도 가장 현저한 예인 것이다. ―나의 무성격론(無性格論)은 여기에서부터 출발한 것이다.



















